오렌지 신전
최류빈 지음 / 보민출판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시집이 내 손에 들어왔다.
시, 소설, 수필 등등
문학의 숲을 좀 더 거닐고 싶었던 나.
강렬한 오렌지 빛을 담은 시집을 펼쳤다.

 

 저자의 사인이 담긴 귀한 책.

詩와 더불어 행복하세요


최류빈 시인.
1993년 생, 대학생 시인.
이번 시집은 두 번째.
첫 시집은 [ 몇 시간씩 생각하곤 해]였다.
'어떻게 시를 쓰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을 품은 채
한 장, 한 장 넘겼다.


제 1부. 아르테미스
제 2부. 오렌지 신전
제 3부. 아레스
제 4부. 아폴론
제 5부. 제우스
제 6부. 메두사

목차는 위와 같이 나뉘어져 있다.
그리스 신화를 다 읽지 못해서 정확한 지식은 없지만.
신들의 향연에 좀 아찔했다.
배경 지식이 워낙 얕지만, 맘에 든 시 전문을 소개한다.

 

 

하데스

왜 울음들이 모이는 곳에는 검은 옷을 입어야 합니까? 우리 새하얀 옷을 입기로 해요, 저 먼 곳에서 한 점일 우리를 볼 때 잘 보이는 편이 더 좋으니, 천사들의 제국을 짧게 배웅하는 배경으로 순백의 고원이 나을 테니까. 묵묵한 슬픔들은 척추를 타고 올라 정수리로 모여든다지요,그런 까닭에 우리 머리털은 검은 거래요. 초연한 슬픔들이 다 새버리면 그때야 백발성성하게 오르는 겁니다.


구름 위로 연착된 생에 만큼 이른 도착도 온다지요. 늦어진 출발들은 신호탄을 피워 울긋 불긋 물드는 허공을 맴돌며 구름에 녹아갑니다.
산성비를 좋아합니다. 당신이 녹아내린다고 믿으면 꼭 그런 것만 같으니까요.


그래도 우리 넥타이만은 꼭 착용하기로, 커져버린 울음들을 잠글 때 꼭 필요할 테니까요. 여기 곡성 哭聲 하나 없는 곳, 이 세계에 호상이란 있는지요? 상에 오르는 편육이 꿈틀댑니다. 모든 울음들은 잉태되는 순간에 가장 몸집이 작습니다. 그 다음은 곡면을 타고 흐르는, 단지 질주하는 설움입니다. 넥타이를 잘 조였습니까? 옷깃은, 옷깃은 잘 여몄습니까? 저 일어납니다. 거기 꿈틀대는 편육 한점 질겅 씹고 채색된 옷을 빼며 용케 웃을 겁니다.

 

 

하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죽음을 관장하고 지하 세계를 다스리는 신이다.
올림포스 12신에는 포함되진 않지만, 주요 신에 속한다고 한다.

'여기 곡성 하나 없는 곳, 이 세계에 호상이란 있는지요?'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보아왔었기에.
혹은 늘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삶을 하기에.
이 시가 눈에 띄였는지 모른다.
꿈틀대는 편육이란 표현.
어느 순간 나는 조문객이 되어, 한 생명의 불꽃이
꺼져감을 지켜보는 듯 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란 익숙한 것들에 새로운 이름표를 달아주는 사람이 아닐까?
낯설게 보기를 생활화해야 하겠지.
'기둥이 오랜지 껍질처럼 여섯 갈래로 갈라 진다, 혹은 무너진다.' 라는
표현한 [오렌지 신전].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떠올려본다.
내 머릿 속 신전은 화려함보다는 황폐한,  옛 부귀영화에서
멀어진 모습이다.  흥망성쇠를 보여준다고 할까?

그리스 신화를 잘 아는 사람이 이 시집을
읽는다면, 더 이해가 잘 될 것이다. 
물론 시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가슴으로, 온 마음으로 흡수되는 것이기에  
그리스 신화를 잘 모르더라도 큰 어려움이 있진 않다.

우리 모두는 예술가이다.
아름다운 삶을 예찬하고, 가꾸는 사람들이다.
저자의 여러 시를 읽으면서,  이상 작가님의 시가 생각났다.
나는 시에 대해서, 문학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최근에 이상 작가님의  작품을 접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을,
시와 함께, 조용히 사색하면서 할 수 있길 희망한다.
낯선 시선으로, 낯선 단어가 주는 새로움과 즐거움을 경험하길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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