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힘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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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장석주

이 책을 읽기 전, 난 이 작가분을 알지 못했다. 

좀 더 다양하게 독서를 하고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책을 펼쳐드니,

 

시인이 할 일은 이름이 없는 것의 이름을 부르고, 부정한 것을 가르키며, 자세를 바로잡는 것,  그리고 논쟁을 시작하고, 잠들기 전까지 이를 세상에 표현하는 것이다.

 

 - 살만 루슈디

 

글귀가 처음을 장식하고 있다.

 


시인. 시.

나도 한 때 시를 썼었다. 과거형.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시를 썼던 유년 시절이 생각났다.

중학교 2학년 때, 가장 친한 친구가 전학을 하게 되어 썼던 시.

 [친구를 보내며] 는 교내 전시도 했었는데...


나만의 작은 일기장은 시집이 되었던 그 때가 그립다.

이제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 그 친구.

아마도 잘 살고 있겠지?


 


 

 

시는 머리가 아닌 몸에서 꺼내는 것이란 표현이 맘에 든다.

진실되게 쓰는 것이 바로 시.

거짓없이 진실을 노래하는 것이 시가 아닐까?

때로는 슬픔도, 아픔도 그대로 표현해서 힘들지만 그 힘듦을 견뎌야 하는 것.

시인은 작은 진실을 외치는 사람들이 아닐련지.



 

 


은유란?


국어 사전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은유

[명사] <문학> [같은 말] 은유법(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수사법).

[유의어] 암유, 은유법



교육학 용어 사전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전달할 수 없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하여 유사한 특성을 가진 다른 사물이나 관념을 써서 표현하는 어법().
은유는 언어의 비유적(, figurative, non-literal)인 용법에 속하는 것이지만 「책상다리」처럼 일상화된 것(dead metaphor)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것과 다르다. 또한 은유는, 의미 있는 일상 용어로 「번역」될 수 있다는(translatable) 점에서, 단순한
감정적 장식(, emotive adorn ment)과는 다르다. 모든 은유는 원관념( , subject)과 수식어(, modifier)로 구성되며, 따라서 그 두 부분으로 분석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은유 [隱喩, metaphor] (교육학용어사전, 1995. 6. 29., 하우동설)



작가는

 


- 시가 바로 은유니까!

  모든 시는 은유의 태동, 은유의 발생에서 시작한다.

  은유는 하나의 사물, 하나의 말을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

 시만 은유를 독점적으로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은유 없는 시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 은유는 시에서 가장 흔한 수사법 중의 하나고, 따라서 시는 은유들의 보석상자라 할 만하다.

 

 - 은유는 대상의 삼킴이다. 대상을 삼켜서 다른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 은유는 범속을  타고 넘어가기, 사물과 현상을 삼켜서 토해내는 시적인 번쩍임 그 자체다. " 진정한 '의미'를 낳는 것은 '은유'였다.

 



 각 시에서 품고 있는, 숨겨진 뜻을 은유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아주 오래 전이 되어버렸지만...

 고등학교 문학 시험 중엔 항상 품고 있는 뜻을 유추해야 했던 그 때.

 때로는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정말 작가는 1-5 객관식 문항 중에 자신의 뜻을 표현한 것일까?

 우리의 편견이 작가의 시선을 편협하게 보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


 흥미롭게 보았던 방송 [ 알쓸신잡 ] 에서 김영하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기를 원치 않는다고.

 전체가 아닌 일부분의 글을 담는 것은 거부하는 작가.

 우리 국어 교육에서 '작가의 숨겨진 뜻?'  식의 문제 풀이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객관식으로 평가하는 문학보다는, 오히려 작품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나도 해본다.



각 장마다 시를 소개하며, 시 속에서 나타나는 이야기에 대해서 작가는 말한다.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고, 때로는 꼭 이렇게 말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참 오랜만에 여러 시를 만나서,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다.

반가웠던 이상의 시.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오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 이상, [거울] 중





의식의 흐름으로 쓴 시, 정신불열의 자아가 쓴 시라 표현해도 되는 걸까?

거울은 '나'이면서 '나'가 아닌 것, '이것은 나다'와 '이것은 내가 아니다'와 같은 언명들.

<거울>은 장치이고, 거기에 비친 이미지를 보는 것이 '상상적이고 상징적으로 신을 보는 것'이다라고 표현 한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진짜 나의 모습인걸까? 

 

많은 이야기들을 작가를 쏟아내고 있다.  오랜 시간 글을 쓰신 분이라, 특히 시인이었기에, 시를 소개하고, 시 속에 품고 있는 의미를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간혹 나의 이해력이 부족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아마 또 읽어야 하겠지.

 

마지막 장은 바로  [얼굴-가면의 시] 를 소개한다.

 

나의 사춘기, 오춘기의 화두는 바로 가면이었는데.

늘 예의바르고 단정한 모습을 해야하는 내가 거짓으로 느꼈던 그때.

타인의 감정을 맞춰주고, 나 자신의 감정은 삼켰던 나.

나름 나를 사랑하고 표현한다고 했지만.... 여러 개의 가면 속에 숨어있었다.



세수를 하고

마른 타올로

얼굴을 문지른다

오늘의 얼굴

누구에게나

오늘은 새롭다

하늘의 문이 열리고

날마다

새로 창조된

아침을 맞이한다

세수를 하고

누구나

오늘의 얼굴과

대면한다

거울에 비치는

늙고 주름진 얼굴

그것은

오늘의 나의 얼굴

그러나 뉘우칠 것이 없다

마른 타올로 얼굴을 문지르는

신선한 시간 속에서

천하의 모든

꽃가지에는

오늘의 꽃송이가 벌어지고

오늘의 태양이 빛난다

어떻게 살아도

충만할 수 없는

이 신선한 시간 속에서

얼굴을 씻고

눈보다 흰 타올로

문지른다.


- 박목월, [오늘의 얼굴] 전문


 



 살아가면서 수백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우리들.

 그래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자신의 진실된 얼굴과 마주할 시간을 갖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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