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키키 키린의 말과 편지
키키 키린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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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

참 입에 딱 붙는 이름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그녀.

우연히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다가, 영화 전문 기자분을 통해 알게된 배우입니다.

2018년 9월 15일 75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죠.

일본 영화계의 큰 획을 그었던 분이라 소개를 하셨답니다.

할머니 역을 젊은 시절부터 하셨더라구요.

이 책은 텔레비전, 신문, 잡지 취재 등에서 그녀가 했던 말을 발췌했어요.

생로병사 같은 보편적 주제에 대한 언급을 엄선해서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답니다.

총 8장으로 구성 되어 있어요.

제1장 삶 - 인생과 행복에 대해

제2장 병 - 암과 질병에 대해

제3장 늙음 - 나이 듦과 성숙에 대해

제4장 사람 - 인간과 세상에 대해

제5장 인연 - 부부에 대해

제6장 집 - 가족과 육에 대해

제7장 직업- 일과 책임에 대해

제8장 죽음 - 생과 사에 대해

120가지 그녀가 남긴 말이 짧게 정리되어 있죠.

삶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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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컬러 표지를 벗겨내면, 앳띤 그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싱그러운 젊음이 흑백 사진 속에서도 빛나고 있네요.

한 사람의 인생이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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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있는 연기로 주목 받았던 생전 모습입니다.

같이 영화를 찍었던 동료 배우들의 모습도 있구요, 남편과 딸과의 가족사진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눈빛에 생기가 가득한 매력적인 분이셨어요.

행복이란 늘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공개 시사회에서, 행복에 대한 질문을 받고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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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 첫 페이지부터 마음을 심쿵하게 합니다.

120가지의 말들을 고르고, 정리한 편집자의 노고가 참 컸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말들이 제 마음에도 와 닿았어요.

때론 심각해질 때도 있지만 '놀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려고 해요.

(p 37)

부디 세상만사를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사시길.

'다들 그렇게 합시다'라고 말하지니 좀 겸연쩍지만, 일단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너무 노력하지도 너무 움츠러들지도 말고요. (p 65)

나는 어떤 일에서든 재미를 찾아요. 심지어 병에서도요. (p 75)

할머니들이야말로 세상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겁니다.(p 116)

돈도 지위도 명성도 없어 남의 눈에 수수하고 따분한 인생처럼 보일지라도 자기가 정말 원하는 걸 하면서 행복하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반짝반짝 윤이 날 겁니다.

(p 139)

가족 제도가 붕괴하지 않는 건, 여자들의 억척 때문이 아닐까요?

여자 옆에 토대를 붙이면 시작이라는 한자가 됩니다.

모든 시작의 토대를 만드는 게 여자라는 말이죠. (p 197)

아이를 응석쟁이로 키우면 안 됩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하게 해야죠.

집안일도 부모가 할 때 같이 시켜야 한다고 보고요. (p 201)

젊었을 때는 죽음이 비일상이었지만, 이제는 죽음이 곁에 있다는 걸 매일 실감합니다. (p 247)

'사람은 죽는다'라는 걸 명확하게 알아야 제대로 살 수 있다고 봐요.

삶이 끝날 때까지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이상은 있습니다.

집착을 완전히 버리고 어깨에 힘을 빼고 홀로 우뚝서는 것이죠.

존재의 무게가 느껴지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밖으로 드러나는 것 말고, 마음의 기량 면에서. (p 255)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

만족스러운 인생이었습니다.

이제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신문 연재 인터뷰에서, 현재 심겸을 밝히며 - 2018년 5월

120가지의 말을 하나씩 곱씹어 봤습니다.

자신이 암에 걸린 것을 다행이라 여기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작품을 했던 배우였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낯선 일본인일 뿐이었죠.

삶과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늙음을 예찬합니다.

젊음을 위해 안티에이징하길 거부하죠.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고자 하는 그녀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45년의 결혼 생활 중 42년의 별거라니.

락커 남편과 배우 부인. 각자의 삶을 존중하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요즘 나의 생활에 독서는 한 줄기 빛이랍니다.

75세의 할머니가 젊은 새댁에게 조곤조곤 하는 말 같았어요.

억지로 용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 듯 육아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저 멀리 보내야죠.

또한,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한 마디로 "메멘토 모리" 였어요.

"죽음을 기억하라" 였나요?

영원히 살 것처럼 우린 살아가지만, 늘 죽음은 함께 있습니다.

내 곁에 누워 새근새근 잠든 아기가 숨을 잘 쉬고 있구나를 확인했던 신생아기.

이제 팔순을 맞이하시는 울 아버지를 떠올리니, 부모님과 내가 함께 했던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던 지를 뒤늦게 깨닫고 있습니다.

키키 키린처럼 나도 내 삶을 정리할 때,

'참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언젠가 사람은 죽습니다. 그 죽음을 기억하면 겸허하게 살아갈 힘이 생기는 것 아닐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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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키키 키린의 75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책은 끝을 맺습니다.

1943년에 태어나 2018년 삶을 마감하기까지

키키 키린이란 배우를 기억할 수 있어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유작이 되어버린 <일일시호일> 영화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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