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카이사르,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조지 버나드 쇼의 이름을 보고 이 책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물론 카이사르편과 안토니우스편 두 권의 책 모두 표지마저 너무 아름다워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클레오파트라의 남자들 이라는 부제에 클레오파트라의 첫 번째 연인 카이사르와 두 번째 연인 안토니우스의 서사가 펼쳐진다.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는 조지 버나드 쇼가,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편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각각 집필했다. 두 거장이 펼치는 클레오파트라와 연인들의 이야기는 각 작가의 특색이 그대로 반영되어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그린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편은 그만의 섬세한 심리 묘사로 안타까움은 배가 되었다. 위대한 작가들이 쓴 위대한 희곡에 마음을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간 단순히 뛰어난 미모로 남자를 홀리며 권력을 탐한 요부로 알고 있던 클레오파트라에 관해 이렇게 장편 희곡으로 그녀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이 두 권의 책은 그녀와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을것이라 생각했지만 클레오파트라와 두 남자들과의 사랑, 그녀의 욕망뿐 아니라 파라오로서의 성장기,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독사를 이용해 고요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두 권의 작품은 클레오파트라의 전 생애를 담고 있었다. 단지 역사서였다면 이런 재미와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을것이다.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편에서...
192. 카이사르. 그대가 지금 그대의 생각을 숨기듯이, 그에게 내 적이 되라고, 그가 품은 생각을 내게 비밀로 하라고 가르쳐야겠구려.
클레오파트라. (중략) 나는 이를 견딜 수 없어요.(그녀는 일부러 감정을 참지 않은 채 운다. 그는 그녀를 아주 슬프게, 그러면서 완전히 차갑게 바라본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효과를 일으켰는지 보려고 고개를 치켜든다. 그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앉아서, 감정이 북받치는 척하고 이러한 감정을 용감히 떨쳐버리는 척 한다.)
196. 카이사르. 그대는 그대의 생사를 다룰 힘을 지니고 있소. 나는 몽상가에 불과하오.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편에서...
p.208 클레오파트라. 내게 예복을 입혀주게. 왕관도 씌어 주시오. 난 영원히 변하지 않는 걸 원해. 이제 이집트 포도주도 이 입술을 다시는 적시지 못하겠지.(중략) 신들은 인간에게 행운을 주고 나서 분노할 핑계를 주시는 거야.낭군님, 당신께 가겠어요. 내가 당신의 아내인 게 부끄럽지 않은 용기를 얻었으니 지금 언급하노니, 난 이제 불과 공기일 뿐이다. 다른 것들은 천한 이승에 남겨두고 가겠다. 자. 다 되었느냐? 그럼, 이제 와서 내 입술을 마지막으로 따뜻하게 해다오.
그녀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하다. 소설과 희곡의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난 시간이었다. 친절한 장면 묘사와 등장인물의 대사가 각 인물의 성격을 대변하고있어 책을 읽는 내내 마치 한 편의 연극이 눈 앞에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소설과는 다른 또 다른 재미를 준 두 편의 이야기, 다시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