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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굴 가이드
김미월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5월
평점 :
일단 전부 다 재미있다. 그런데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책장을 덮고 났을 때 묵직한 감동이 있다. 눈물 펑펑 쏟아지는 신파 감동 뭐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을 툭 치고 지나가는 서늘한 감동 같은 거 말이다.
김미월 작가는 어느 기사에서 읽었던 거 같은데 요즘 다른 여성 작가들과 달리 굉장히 힘찬 서사를 선보인다. 남성 작가가 쓴 것처럼 탄탄하고 힘 있고 임팩트 있는 서사의 힘이 대단하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섬세하고 꼼꼼한 묘사가 또 돋보인다. 여성성과 남성성을 다 갖춘 작가 같다.
한 편씩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작가가 과연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까 하는 것이다. 치밀한 구조, 감각적인 문장들, 허를 찌르는 유머, 마지막 결말의 감동. 소설은 진짜 아무나 쓰는 게 아닌 거 같다. 한 편씩 쓸 때마다 폭삭 늙을 거 같은데, 이 작가는 또 어쩌면 이리 동안이란 말인가. 사진이 독자들을 조롱하는 게 아니라면 이 작가는 이런 정교하고 뛰어난 소설들을 쓰면서도 스트레스도 안 받는단 말인가.
어쨌거나 읽으면 읽을수록 참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