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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잡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2년 3월
평점 :

1 설정
연희는 절벽 끝에 서 있는 청춘이다. 빚만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빠 때문에 사채업차에게 쫓기는 처지고 외환위기 때문에 취직도 쉽지 않다.
주머니에 있는 돈은 3000원 뿐. 연희는 결국 사채업자가 소개해준 미래클리닝에서 일하기로 한다. 비록 청소하는 대상이 범죄현장의 시체 청소업이라고 하더라도. 그녀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시체를 치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죽어도 싼 범죄자의 시체를 치우는 일이라고 애써 자신을 세뇌 시키며 일하지만
항상 묘한 죄책감이 따라온다. 건물 붕괴로 가족을 잃은 연희와 같은 아픔을 가진 동료 성수의 죽음으로 그녀는 더 혼란에 빠진다.
결국 연희는 위험을 무릅쓰고 성수의 죽음을 파헤치게 되고, 그 속에 숨은 검은 야욕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연희는 검은 세력에 맞서서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2. 인상적인 문장들
*
"너희들이 알아서 해야지. 충고는 해 줄 수 있지만."
정신없이 순대를 먹어 치우던 연남이 눈치를 살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살아보니까 세상 사는 게 파도 타는 거랑 비슷하더라. 파도치는 대로 휩쓸리다 보면 지도 모르는 사이에 망망대해로 떠내려가는 거야."
김 여사가 젓가락을 꼿꼿이 세우며 테이블을 탁 내리찍었다.
"나만의 원칙이 있어야 해. 그래야 버틸 수 있어. 좇같은 세상. 파도가 아무리 몰아쳐도."
*
"한 번만 안아보자."
연희는 연남을 끌어안았다.
연남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연남의 목소리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러자. 언젠가. 어디선가."
연희는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간신시 대답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사이드미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연남이 비쳤다. 차를 출발시켰다. 연남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더니 어느 순간. 시야에사라졌다.
"안녕"
나지막한 목소리로 뒤늡은 작별 인사를 건넸다.
3. 짧은 감상평
우리가 '악'이라고 부르는 많은 일들의 원인에 대해 진단 해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 나는 결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결핍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모두 크고 작은 구멍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 결핍이라는 구멍을 메우기 위해 살아간다. 외로움이라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연애를 하고. 빈곤이라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절약하고 돈을 열심히 모은다. 그러나 구멍을 메우는 방식이 항상 건강한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라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성형중독에 빠지기도 하고, 명예라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부정을 저지르기도 하니까 말이다.
<굿잡>의 연희 역시 빚을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난 아빠 때문에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녀의 결핍은 '가난'이다. 혹은 아빠에 대한 원망일 수도 있겠다. 그녀의 전재산은 당장 국밥하나 사 먹을 수 없는 돈 3000원. 결국 그녀는 가난이라는 결핍을 메우기 위해 시체들을 치우는 일을 하기로 결정한다. 범죄현장의 시체를 치우는 일로 결국 그녀는 가난이라는 구멍을 메우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다. 그러나 가난이라는 구멍을 메우자 그 옆에 죄책감이라는 구명이 새로 생겨 버렸다. 게다가 외환위기가 그녀가 근무하는 미래클리닉까지 찾아 오면서 여자와 아이의 시체를 치우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기기로 결정. 그녀는 더 큰 혼란에 빠진다.
결국 연희는 가난이라는 결핍을 메우고 있었던 실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동료였던 성수의 죽음을 파헤지기로 한다. 가난이라는 구멍을 메우기 위해 그 옆에 새롭게 생긴 또 죄책감이라는 구멍을 채우기 위해 움직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연희는 목숨을 잃은 뻔 했던 순간에서도, 그리고 가난의 구멍을 한번에 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신념'과 '정의'로 결핍이라는 구명을 채운다.
책을 덮은 후, 나는 내 마음 한 가운데에 있는 구멍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또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그리고 그 마음의 구멍을 채우는 요소들이 내 자신에게 떳떳한 것들이기를 바라본다.
이 서평은 몽실북클럽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