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나 (양장) ㅣ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
버스사고로 영혼이 튕겨나온 수리와 류. 영혼은 빠져나왔는데 몸은 평소에 살던 대로 밥도먹고, 학교도 가고, 친구들이랑 웃고 떠들고 살고있다.
영혼없이 몸이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수리는 황당하고, 류는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수리는 누가봐도 열심히 살아가는 여고생이었다. 공부 뿐만 아니라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독서와 영화도 빠지지 않고 보고, 인스타에 감성샷을 올리는 것도 잊지 않다. 자신의 인생을 그럴듯하게 전시 하는 건 수리의 기쁨이다.
<수리>
집중력에 좋다는 명상을 하고 체력 관리를 위해 운동을 했다. 그때조차 손에서 영어 단어장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성적을 위해 책만 파는 답답한 공붓벌레가 되는 건 싫었다. 음악 앱 재생 목록에 최신 케이팝이 가득했고, 주말에는 신작 영화를 보러 갔다. 어떤 책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지, 꼭 먹어 봐야 할 맛집과 디저트 카페는 어딘지 줄줄이 꿰고 있었다.
안 꾸민 듯 꾸민 것이 진짜 매력이듯, 소소한 일상을 자연스럽게 공유하지만 그 속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설정과 연출이 존재한다. 덕분에 내 sns에 '최고예요'를 누르며 친구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p 51)
류는 아픈 동생의 그림자에서 살아 오느라, 남의눈치를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친구의 부탁도, 들고 싶지 않은 동아리를 권유하는 선생님의 부탁에도 무조건 yes를 대답했다.
<류>
"나한테 지쳤나봐."
수리의 표정이 오묘했다. 스스로에게 지쳤다는 말이 뭔지 아는 듯했다. 나는 투명한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상대가 불편하고 어려운 것보다……"
"……"
"차라리 내가 힘들고 서운한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
"너 남의 부탁 거절 못 하는구나? 싫다거나 안 한다는 말 도 잘 못하지?"
나는 힘없는 웃음으로 대답을 미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내 마음 가장 빝바닥에 무엇이 몿여 있는지 바라볼 생각조차 못 했다. 그래 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믿었으니까.
전혀 공통점이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은, 자신의 영혼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수리는 그럴듯한 인생을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 주어야 한다는데 초점에 맞추어, 류는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는 게 아닌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맞추어 주는데 초점을 맞추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들은 몸에서 빠져나와,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
얼마 전 130만 유튜브 '꽈뚜룹'이 은퇴를 한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왜 은퇴를 하지? 유튜브가 100만인데?
의아한 마음에 다음 영상을 봤는데, 그는 유튜브를 위해서 지난 4년간 꽈뚜룹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을 찾고 싶어서 진짜 장지수로 돌아가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고백했다. 그의 용기있는 선택을 보며,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했었다.
꽈뚜룹처럼 목소리를 바꾸지 않지만, 우리도 직장에서 또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 답지 않게'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내 얼굴을 가릴 수 있는 가면의 숫자가 늘어가는 것 같았다.
<나나>의 책 속 수리와 류의 이야기가 더 공감이 되었던 건,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사느라 정작 내 영혼에 집중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봐서 였을 것이다. 수리처럼 내 삶을 그럴듯 하고 전시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류처럼 두 사람 사이에 좋지 않은 감정을 피하고 싶어서 내 감정을 숨기고 그냥 좋은게 좋은거지 하고 넘어간 적도 많았다.
그런 날 집에 돌아오면 마음이 축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허무하고, 지난 시간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책을 덮고 나는 잠시, 수리와 류처럼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생각보다 나한테 온전리 충실한 시간들이 아니었다.
만일 버스에 탄 게 나였다면, 내 몸도 영혼을 튕겨냈을 것이다. '영혼이 없어도 이상하지 않는 삶' 이제 그런 삶보다는 '영혼이 있어서 충실한 삶'
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인생의 길은 종착점은 내가 되기를 바라본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