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 하룻밤의 지식여행 4
딜런 에반스 지음, 이충호 옮김, 오스카 저레이트 그림 / 김영사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 가운데 '비용 대 수익'의 비율이 아주 뛰어난 책에 속할 것이다.  

 딜런 에번스는 이 짤막한 책 안에 진화심리학의 이론적 배경과 주요한 내용들, 그리고 이 신생학문에 대한 비판에 대한 진화심리학의 답변들을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한 권의 책만으로도 진화심리학의 지도를 대강 훑어보는 데 손색이 없다.  

이 책의 장점 중의 하나는, 새로운 학문에 뛰어든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과도한 주관주의와 독선적 태도로부터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에번스는 진화심리학이 앞으로 심리학 자체를 대체할 것이라는 야심찬 전망(173쪽)으로 책을 맺고 있지만, 진화심리학이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영역의 한계가 있음 또한 명시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 이런 점은 책의 후반부에서 진화심리학에 대한 비판들에 대해 이 학문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에번스는 그 비판들의 관점 자체를 교정하겠다고 나서는 대신, 그 비판들의 관점 자체는 인정하되, 진화심리학은 그런 관점에서 보아도 혐의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모든 학문은 유전공학으로 통합될 것이다'라는 환원주의적 사고에 빠지지 않는 에번스의 신중한 비판적 사고를 보여준다.  

책의 글과 그림은 서로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편이며, 시각적으로 내용을 다시 한 번 인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장기적인 기억에 도움이 될 듯하다. 그림 덕택에 책을 읽는 시간은 기껏해야 몇 시간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사소하다고 할 수 없는 착상들과 관찰들을 듬뿍 담고 있는 책이어서 독자는 이 책을 두 번, 세 번 읽어야 비로소 완전히 내용을 흡수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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