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더 리더>는 가해자들 역시 트라우마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이야기는 독일에서 터부였다. 

가해자들을 보다 가혹하게 심판할수록, 보다 철저히 단죄할수록, 일체의 이해도 그들에게 보여주지 않을수록 정치적으로 적절한 것으로 여겨졌다.

독일인들의 이러한 반성의 태도 자체는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가혹함은 또 다른 부당함과 폭력을 의미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흔히 간과되고 말았다.

가해해야 하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곤혹스러움으로 경험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이다.

베트남전쟁에서의 미군 병사들이 전쟁 후 겪은 외상 후 장애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금기시되었던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이 이 작품의 새로움이자 도발이었다.

독일 평단에서 이 작품에 대한 혹평이 줄을 이었던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 작품은 세계 독자들의 인정을 받았다.

상황이 허락하는 한, 우리는 피해자들 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에 대해서도 섬세하고 정교한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가해자들을 동정하거나 그들에게 동조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문제다.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요구에 충실하자는 것일 뿐인 것이다.

 

이 책의 역자 김재혁은 매우 좋은 역자다. 그의 독일어 독해능력은 신뢰할 만하며, 한국어 구사 능력도 우수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여기저기 오역들 혹은 개선할 점들이 보인다. 소소한 것들은 빼고 그 중 눈에 띄는 몇 군데를 보면 이러하다. (괄호 안의 숫자는 한국어 번역본의 페이지)

 

나는 간염에 걸렸다.(6) --> 나는 황달에 걸렸다.

 

방화벽들 때문에 건물이 제대로 다 보이지 않는다. 아마 다른 건물의 방화벽인 것 같다.(12) --> 방화벽 때문에 그 건물은 잘려진 것처럼, 폐쇄된 것처럼 보인다. 다른 집들의 방화벽과 다를 바가 없다.

 

결론을 이끌어내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 결론에 집착한다.(23) --> 결론을 이끌어 내고, 결단을 함으로써 그 결론을 확고히 한다.

 

미미한 안도감이랄까.(24) --> 미미한 안도감이랄까,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면 난 당신을 볼 수 없을 거예요.(41) --> 난 당신을 안 보고 살 수는 없어요.

 

그녀의 일도 멍청해 지는 걸까?(42) --> 그녀의 일은 훨씬 더 멍청해졌다.

 

의식적인 고통이든, (...) 의식적인 고통이고(43) --> 알지 못하는 고통이든, (...) 알지 못하는 고통이고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먹고 사는 까닭에?(44) --> 결국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의지하고 있었던 까닭에?

 

간염을 앓고 있던 (47) --> 황달을 앓고 있던

 

자전거 여행 이후로 (65) --> 자전거 여행 때, 그리고 그 이후로 

 

맡겨 두신 건 (67) --> 맡겨 둘 생각을 하신 건

 

열정을 보이게 되었다 (100) --> 열정을 보이고자 했다.

 

그녀는 숨길 게 (104) --> 그녀는 숨길 수 있는 게

 

문제 삼지 (112) --> 의심하지

 

더 나쁘지 않게 진행될 수도 있었다. (116) --> 최악으로 진행되었다.

 

화가 난 듯한 말투로 (116) --> 의아하다는 듯한 말투로

 

재판부가 고발 내용을 조사하고 이의사항들을 기록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116) --> 심리가 시작되기 전에

 

제기할 수 있으며 (116) --> 제기할 수 있었으며

 

낭독하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116) --> 낭독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화난 듯한 시선 (116) --> 의아해하는 시선

 

이런 말을 해놓고, 그 다음에 한나나 자기에 대한 말로 직접 넘어갔더라면 (120) --> 이런 말을 한나나 자기에 대한 말로 했더라면

 

그건 오직 너뿐이야, 너뿐이라고! (123/124) --> 그건 오직 너의 것, 너의 것이었어!

 

먼 것이나 가까운 것이나 매한가지로 느껴지는 (127) --> 멀다는 느낌과 가깝다는 느낌이 공존하는

 

한 걸음 전진한 것이었다. (129) --> 상황의 호전을 의미했다.

 

12개월 (129) --> 20개월

 

것이라고 생각했다. (131) --> 것이라고 적고 있었다.

 

보고서는 다르게 읽힌다. (133) --> 보고서는 다르게 읽힌다는 것이었다.

 

쩔쩔 맨다고? (138) --> 쩔쩔 매는 상황과 같다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한나의 진술 내용을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는 있지만 수용할 수는 없는 이유이다. (138) --> 그래서 우리는 한나의 진술 내용을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놀라게 하는 쪽을 택했다고,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142) --> 나에게 낯선 행동을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해명에 대한 재판부의 요구를 (143) -->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요점에서 빗나가게 했다. (146) --> 아무렇게나 말했다.

 

우리의 일상 세계 속에서 마음껏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160) --> 그 세계를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일상 세계 속에서도 마음껏 작동하기 시작했다. 즉 상상력이 현실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을 (160) --> 그 세계 속을 돌아다닐 뿐만 아니라, 즉 그것을 지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죠? (162) --> 그것 말이죠?

 

전쟁도 없었다고 (163) --> 전쟁도 필요 없었다고

 

비참하고 부끄러운 느낌들 (167) --> 비참하고 부끄러운 실패의 느낌들

 

 

이 글을 읽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적다 보니 너무 많아져서 여기까지만 적고자 한다.

이런 오역들은 번역본으로 읽다가 이상하다 싶은 문장들을 독일어 원본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들이다. 

이 책은 김재혁의 번역으로서는 오역이 잦은 편이어서 다소 실망스럽다.

이런 오역들은 당연히 텍스트의 이해를 어렵게 하고 때로 뜻을 오해하게 할 수도 있는 만큼, 출판사에서는 여기서 지적한 지점들을 검토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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