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 하룻밤의 지식여행 6
리차드 오스본 지음, 윤길순 옮김, 보린 밴 룬 그림 / 김영사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 우리 사회도 실로 어지러울 정도로 격변하고 있다. 순식간에 인구의 거의 대부분이 도시로 몰려들었고, 대도시는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으며, 기술과 공학의 발전에 따라 새만금처럼 환경을 급격하게 바꾸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폭풍이 불어 비정규직이 엄청나게 불어났는가 하면, 기업들도 유령처럼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일부 공무원직을 제외하면 평생직장은 사라졌고, 무한경쟁이 복음처럼 선전되며, 국가의 축소가 절대선으로 강변된다. 경쟁의 논리는 교육으로도 이어져 저마다 자식들에게 최선의 출발조건을 갖추어주기 위해 능력 이상의 출혈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영어가 그러한 출발조건의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그런 주장을 믿고 우리가 영어에 쏟아붇는 돈이 엄청나다. 우리 개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회를 지배하는, 아니 어쩌면 개인의 의지 자체를 조작하는 일련의 흐름들 앞에서 과연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있는 무력한 수동적 존재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런 상황은 사회학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고 있다. 도대체 사회란 것은 개인들의 의지가 종합되어 굴러가는 것인가, 아니면 개인을 초월적으로 규정하는 어떤 구조나 체계에 의해 지배되는 것일까? 개인과 구조의 갈등이 사회변동을 추동시키는 힘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렇다면 여기서 개인의 몫은 어느만큼일까? 개인은 사회화과정의 산물이기만 한 것일까? 그렇다면 개성이나 자유는 모두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 사회의 불평등은 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데도 왜 지속되는 것일까? 개인으로부터 더 바람직한 사회를 형성하는 힘이 나올 수 있다면, 그 힘을 관철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우리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딱히 자신의 생각이라고 내세울 게 없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런 경우, 우리는 흔히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사회학은 이런 불행한 사태를 피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사회학적 입장들을 검토하는 가운데 자신의 입장을 세우고, 일정한 확신에 따라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시도의 첫걸음으로 아주 유용하다. 사회학의 성립 이후 지금까지 나타난 여러 입장들과 논쟁들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가운데, 사회학의 발전 자체를 역동적인 과정으로 그려내고 있다. 언어들도 가능한 한도 내에서 평이하게 선택되었고(저자와 역자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 텍스트의 분량도 적당하다. 다만 그림이 내용과 적절하게 연결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은 분명 이 책의 가장 큰 흠이다. 많은 경우 기존의 그림과 사진을 - 그것도 부적절하게 - 차용하고 있어서 무성의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도 그림이 없는 것보다는 한결 낫다는 느낌이다. 또 최근의 논의와 관련해서는 영미권 사회학에 치우쳐 부르디외나 루만과 같은 중요한 사회학자들에 대한 서술이 빠져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저자의 입장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각 사회학자, 사회학파의 입장을 간략하고 요령있게 제시해주면서도 흔히 양비론으로 전락하고 마는 '객관적인 입장'의 포즈를 취하고 있지 않다. 기능주의는 대단히 비판적으로 다루어지며, 마르크스주의도 '죽은 개' 취급을 받지 않는다. 교육을 다루는 부분은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와 관련하여 특히 흥미로웠고, 이쪽으로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낳기도 했다.

짧은 분량이어서 '하룻밤의' 지식여행이 실제로 가능하지만, 이 여행에서 얻은 지식들을 소화하고 정리하고 반추하려면 오래 걸릴 것같다. 그래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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