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끝에서
지성희 지음, 고정순 그림 / 반달(킨더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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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이곳, 세종특별자치시의 모습은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많이 달랐다고 해요.
논과 밭도 참 많았고 풀도 꽃도 숲도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20년이 지난 지금, 아파트 숲으로 가득해진 이곳, 세종시는
이제 어엿한 대도시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점점 더 화려한 시설이  매일매일 여기저기 세워지고 있어요.

그러나 여전히 이곳에는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도 터전을 떠나지 못한 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고 있어요.
여전히 제천변을 걷다 보면 뱀도 마주치고 오리 가족도 만나고요.
낮은 산들엔 여전히 멧돼지들이 살고 있어 도시에도 나타나요.
자주 가는 주유소 근처에서 고라니와 마주쳐 놀라기도 하고요.
곤충도 정말 많아서 귀뚜라미 사마귀 거미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시골에 놀러 오기라도 한 듯 풀벌레 소리도 정말 많이 들린답니다.

모습은 대도시가 되었지만, 여전히 숲과 닿아있는 세종시입니다.

 

처음엔 곤충을 싫어하는 저는 너무 불편하게만 느껴졌었어요.
집안으로 수많은 날벌레들이 들어와 미세 방충망도 달았고요.
아무리 걷어내도 자꾸만 생기는 거미줄과 창문에서 자주 만나는
사마귀 노린재 친구들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여러 번 하였답니다.

"왜 이렇게 세종시엔 벌레가 많은 거야!"하며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도심 건물로 내려온 멧돼지를 보며 위험하다는 생각만 했었지요.
주유하러 갔다 만난 고라니에 너무 놀라 투덜투덜 대기도 했었어요.

그러다 문득,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너무 미안해지더라고요.
불과 20년 전앤 잘 살고 있던 숲속 동물들에게 어느 날 사람들이
장비를 들고 나타나 모든 것을 파괴하고 빼앗아간 거라는 생각에
우리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무섭고 잔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잘 살고 있던 동물들 입장에서 사람들은 그저 '침입자' 였겠지요?
"우리 집에 왜 나타난 거야? 사마귀야?"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사마귀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집에 왜 나타난 거야? 사람들아 "라고 말이에요.

 

📖
키가 큰 나무 아래에서 태어난 고라니는  그저 새로운 세상을,
넓게 트인 밤하늘을 보고 싶어 숲의 끝을 향해 달렸을 뿐이에요.
그리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 다시 돌아올 자리도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돌아온 숲의 모든 것들이 떠나기 시작했어요.
키가 큰 나무도, 키가 작은 나무도, 까마귀 떼도 말이에요.
그렇게 모두가 사라져 갔어요. 숲도 사라져 갔어요.

두려운 고라니는 숨이 차오르도록 달렸어요.
바로 그때 사나운 소리와 함께 맹렬한 불빛이 파고들었지요.
새와 풀벌레 소리가 가득하던 숲은 이제 모래바람 뿐이에요.

🔖
구석에서 구석으로, 끝에서 끝으로
내 자리는 자꾸만 줄어들었습니다.
(그림책 본문 중에서)

 
 
그림책 속 고라니의 표정을 보는데 얼마나 미안해졌나 몰라요.
바로 얼마 전 마주쳤던 고라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무한한 숲의 끝이 궁금해 숲의 끝을 향해 달렸던 고라니가,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숲의 끝'을 붙잡고 벗어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라는 생각에 무척 미안하고 슬퍼졌습니다.
얼마나 막막할지, 얼마나 두려울지 감히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내가 고라니였다면 얼마나 무서울지 감히 상상을 못하겠네요.

이렇게 만든 우리가 생명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아할 것 같아요.
배려와 공존을 우리가 책임지고 만들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지구는, 이 자연은 인간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니까요.
함께 쓰는 지구, 공존하는 사람과 자연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을 생각해 보고 노력해야 함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그림책 본문 중에서)

고라니의 질문에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입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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