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
채승연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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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던 적이 있어요.

땅속에서 꼬물꼬물 대는 지렁이가 보는 세상은 어떨까?
긴 개미굴을 파면서 사는 개미가 보는 땅 속은 어떨까?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는 애벌레가 보는 숲은 어떨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거인이 바라보면 어떤 느낌일까?

우리의 진짜라 여기는 세상이 실제론 가짜 세트장이라면?
우리가 만약 누군가가 짜놓은 대로 사는 작은 생명이라면?
우리를 괴롭히는 태풍과 불도 누군가의 장난인 건 아닐까?

 

조금은 엉뚱한 상상이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작은 곤충과 벌레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도 가졌고,
누군가 우리를 마음껏 다룰 수 있는 상위 포식자가 없이,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살 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던 것 같아요.

적어도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집을 지을 수도 부실 수도 있고
꽃과 나무를 심고, 건물을 세우고, 다리를 놓을 수 있잖아요.
수많은 곤충과 작은 생명체들은 우리가 일부러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영문도 모른 채 많은 변화를 겪어야만 하니까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가 마음대로 만들어둔 세상에
그저 피동적으로 적응해야 하고,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이
무척 미안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
많은 생명체들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답니다.

그럼에도 점점 망가져가는 지구의 환경과 기후의 위기를
그저 열심히 살아낼 뿐인 생명들에게 오롯이 물려주게 되어
인간으로서 얼마나 미안하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요.

 

언제나처럼 똑같은 하루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던 생명들,
흙 치마를 입은 커다란 풀이 솟아오른 것만으로도
놀이동산처럼 온통 땅이 흔들리고 비가 내리기도 하는,
혼란스러움 그 자체에 빠져버린 곤충 친구들에게!
이 작은 변화도 이렇게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기분일 텐데
변해가는 지구의 환경은 얼마나 두려울지 미안하더라고요.

무엇보다 곤충들이 살아가는 그 커다랗고 거대한 세상의
실체를 알게 되는 순간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고
미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함 마저 느껴졌답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람들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무척 속상하고 되돌리고 싶을 만큼 후회되는 순간이었어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두렵고 어둡기만 한 우리 지구의 미래, 
그럼에도 한 줄기 빛이 있어요. 하나의 물방울이 있고요.
귀한 생명을 움트게 하는 한 줌의 흙도 있습니다.

한 줌 흙에 빛과 물을 더하면 소중한 생명을 만들 수 있어요.
작고 소중한 생명 하나하나가 모여 작은 숲을 이룰 수 있죠.
숲은 산을 이루고, 산은 다시 생명을 품고 그렇게 살아나요.
작은 한 줌 흙에서 시작된 생명은 그렇게 희망을 피워냅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랍니다.
희망을 모아 이 귀한 생명들을 계속 만날 수 있는 방법이지요.
생명이 가득한 지구를 위해, 희망을 꺼뜨리지 말아요 우리.
작지만 귀한 생명을 키워내는 일을 우리가 시작해야 해요.

어쩌면 작디작은 생명들만큼 조그마한 희망일지 몰라도,
그 끝엔 한 줌이 아닌 커다란 기적이 기다릴지 모릅니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의무이자 책임이 아닐까요?

한 줌의 흙에서 시작된 한 줌의 희망을 함께 꿈꿀 수 있다면,
우리들의 미래는 반드시 생명으로 가득할 거라 믿습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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