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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V양 사건 ㅣ 초단편 그림소설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고정순 그림, 홍한별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8월
평점 :
모더니즘과 여성주의 문학의 대표 주자,
버지니아 울프의 초단편 소설에,
고정순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완성된
초단편 그림소설 한 편이 등장했다.
이름마저 불가사의한 책, <불가사의 한 V 양 사건>
과연 어떤 면에서 사건이 불가사의하단 것일까?
모호한 이름을 지닌 V양은 누굴 말하는 것일까?
📖
자매지만 존재감이 없는 존재. V 양과 언니는
분명 두 사람이지만 그저 V 양이라고 불린다.
점점 사람 관계의 고상함이 최소한으로 축소되는 도시.
그곳에서 어떤 존재들은 점점 잊히고 사라져간다.
더는 궁금하지 않은 존재, 생각나지 않는 존재이며
혹여 걸러져도 누구 하나 눈치채지 못하는 그런 존재.
두 사람은 15년 전부터 늘 런던에서 조용히 돌아다녔다.
어느샌가 화자에게 V 양은 회색 그림자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어느 날부턴가 V 양과 마주치는 일이 없어지자,
무언가 어렴풋하게 사라져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마침내 깨닫고야 말았다. 메리 V !!!!!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메리 V를 만날 수는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간다.
어떤 이들은 도시에 분명 살고 있지만, 그림자처럼 살아간다.
애써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지 않으면 존재감이 사라져간다.
미미하기 그지없는 존재가 되어 잊혀가고 있다.
분명 살아있으나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존재.
분명 눈에 보이지만 누구도 봐주지 않는 존재.
고독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쓸쓸한 이야기가
짧은 그림소설 안에 잘 녹아있는 느낌이었다.
외로음에 대해, 소외와 무관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준 이 소설을
더욱 특별하게 느끼게 되었던 이유는 물론,
고정순 작가의 그림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쓸쓸하고 차갑고 답답한 V 양의 심정을 대변하듯
차갑고 외로워 보이는 그림들에 넋을 놓았다.
마치 가구처럼 보이는 그녀들,
엎어진 의자와 홀로 남은 옷 한 벌.
수많은 비유와 묘사에 정말 감탄했다.
사라진 이름, 지워진 존재들,
내가 살아있음을 알리고 싶었을 존재들에게
세상은 너무도 차가운 전쟁터였을까?
그래도 다행이다.
메리 V는 그래도 자신의 이름이 불렸으니...
그녀의 존재를 기억해 준 누군가가 있어서 !
참 다행이다.
그림자로 남지 않아서....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