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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인 더 스쿨 ㅣ 라임 어린이 문학 46
오선경 지음, 불곰 그림 / 라임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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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는 활시위를 당겼고, 수민이는 화살이 되었으며,
피나연은 기꺼이 과녁이 되었다. (중략)
나에게 공이 왔다. 나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온 것이다.(P.37)
언젠가 학부모 총회에서 학교전담경찰관이 강단에 올라
현재 학교 폭력의 실태에 대해 강의를 해주신 적이 있다.
그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금품갈취, 신체폭력에 비해,
언어폭력과 따돌림, 단톡방 폭력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었다.
더 이상 때리고 빼앗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란 것을 뜻한다.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도 친구를 괴롭게 할 수 있다는 것,
증거 하나 없이도 누군가를 끊임없이 괴롭힐 수 있다는 것,
소통을 위한 단톡방이 폭력의 도구가 되는 현실이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정글이란 교실을 뜻한다.
그 안에는 사자, 즉 인싸중의 인싸인 아이가 있고
그 아이 주변에서 늘 같이 다니는 무리가 있다.
책 속에서는 이들을 하이에나라고 부른다.
그리고 언제 사냥감이 될지 모르는 초식동물들,
즉 아웃사이더, 이른바 아싸 아이들이 존재한다.
정글에서 사자는 자신만의 특권을 지키려 노력한다.
그리고 하이에나들은 사자의 무리를 지키고 싶어 한다.
초식동물들은 때론 그 무리에 끼고 싶어 주위를 맴돌고
아예 자신들끼리 다른 무리를 만들어 지내기도 한다.
실제로 이것이 초등 고학년 교실의 국룰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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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선 여기에 한 술 더 뜬다. 특권을 가진 존재,
사자인 서희가 타깃을 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타깃은 조용하고 존재감도 거의 없는 피나연이다.
당연히 하이에나같은 지윤과 수민은 이에 동조를 한다.
나연을 타깃 찍고 괴롭히며 서희에게 잘 보이려 한다.
반의 아이들은 못 본척하고 서희 일당을 말리지 않는다.
지난 학고에서 오해로 인해, 친구들에게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억욱하게 낙인찍힌 적 있는 주인공 다인이는
힘없이 당하는 나연이를 보고 마음이 무척 불편해진다.
점차 자신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고민하기 시작한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지나간다면 후회할 것 같은 생각에,
서희 일당의 행동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 다인이.
그 순간, 타깃이 추가되고 만다. 이제 나연과 다인이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던 다인이의 지난 학교 일들을
오해 그대로 모두 소문 내기 시작하고 둘은 고립된다.
선생님께도 말씀드려 보았지만, 남은 아이들은 모두들
서희의 편을 들고 만다. 진실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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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들은 왜인지 모를 충성을 다했고, 그 덕분에
사자는 안전하게 비호를 받았다. 무엇보다 침묵을 선택한
임팔라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중략)
친구를 희생양 삼는 동물의 왕국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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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는 과녁이 부서질 때까지 무던히 화살을 쏘아댔다.
더러는 임팔라를 이용하기도 했고, 더러는 사자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 임팔라들은 여전히 자신의 목덜미를
지키고자 침묵을 선택한 채 눈치를 살폈다.(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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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수민이와 지윤이는 끝까지 서희를 지켜주려 할까?
✔️서희를 향한 둘의 맹목적인 충성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나연이와 다인이는 고립된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나게 될까?
✔️내가 만일 반의 일원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무서운 정글에서 버티고 있는 아이들의 하루가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치 어른들의 사회 같기도 했고,
마음의 불편함과 약육강식의 정글 상황 속에서 갈등하면서
죄책감과 안도감을 오가고 있을 모든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사실 다인이처럼 행동하기란 어쩌면 현실에선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반드시 외쳐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두렵고 떨리는 선택의 시간이 되겠지만, 올바른 자신의 선택은
결국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변화의 시작이 된다는 것.
작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결국 용기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하는 친구만 있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친구의 힘이 아닐까. 힘으로 통제하는 사이보다
우정으로 서로를 움직이게 하는 것, 이것이 진짜 친구의 힘이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