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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들면
김영화 지음 / 이야기꽃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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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도 춥고 새도 추운
겨울 지나고
찔레나무, 망개나무 순이 돋으면
봄이 든 거다.
찬 바람이 휘휘 부는 겨울엔
사람들도 동물들도 견디고 참는다.
하루하루 날짜를 세며,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기다림은 때론 지루하지만,
막연하지 않은 기다림은 설렘이 된다.
언제쯤 봄이 올까, 언제쯤 따스함을 만날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은
지루하지 않다. 괴롭지도 않다.
반드시 봄이 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뜻해지면 봄이 온 걸까.
봄꽃이 피면 봄이 든 걸까.
봄비가 내리면 봄이 된 걸까.
봄은 기다림이다.
봄볕이 따뜻하고, 봄꽃도 피고, 봄비도 내리면
그제야 봄은 슬그머니 들어온다.
하루아침에 짠하고 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기다라면 어느새 봄이 든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들면
고불고불 탱글탱글한 봄 고사리도
드디어! 마침내! 만날 수 있다.
온통 찬 바람에 차가웠다가 잠깐 든 햇볕에
따뜻하게 데워진 나무 벤치 한편처럼
가시덤불 사이에, 무성한 풀숲 사이에,
까투리가 알을 품던 새 둥지 사이에도
저마다 자리를 틀고 돌돌 말린 손끝을 들고
소담스럽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
꼼짝꼼짝 고사리 꼼짝
제주도 한라산 고사리 꼼짝
멍석 말라. 비 왐쪄.
명석 펴라. 해 남쪄.
자연과 나누어 쓰던 옛 어른들 지혜대로
적당히 꺾고 적당히 남겨둔 고사리들은
다시 홀씨를 퍼뜨려 나간다.
그래야 내년에 또 만날 수 있고,
또다시 선물 받는 자연의 고사리다.
우리는 또 기다린다.
다음 해 따스한 봄이 들기까지.
다시 봄볕이 들고, 봄꽃이 피고, 봄비가 내리도록
우리는 또 설레는 마음을 지닌다.
봄은 기다림이다.
다시 새봄이 오기를 기다려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다. 괴롭지도 않다.
우리는 반드시 봄이 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봄은 행복한 기다림이다.
🌿이야기꽃 응원단으로 책을 구매후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