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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새벽이 ㅣ 샘터어린이문고 78
허혜란 지음, 안혜란 그림 / 샘터사 / 2024년 4월
평점 :
세상에 태어나기 전 엄마의 포근하고 따뜻한 뱃속.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나 존재하고 있을듯한 그 시간.
따뜻하던 물결과, 자유롭게 헤엄치던 나만의 공간,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던 그때...
혹시 여러분은 기억하세요? 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는 그 시간들을 기억한다고 하죠?
강에서 헤엄치듯, 엄마 뱃속에서 헤엄치며 놀던 그때를,
아쉽게도 우리는 자라면서 기억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아니 어쩌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숨겨놓은지도 모르죠.
기억은 못 하지만, 아마도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
그때 느꼈던 감정과 생각은 마음에 남아있을 지도 몰라요.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고,
엄마가 하하 호호 웃으면 아이도 기분이 좋아진다던
의사선생님의 말씀처럼, 그 모든 기억들은 아이 안에
기억으로든, 기록으로든 보이지 않아도 분명 남겠지요.
📖
7월 7일, 주인공 새벽이의 열세 번째 생일날,
엄마와 이모, 그리고 친구 수지와 수지의 엄마와 함께
수지 아빠의 <헬로 모차르트>연주회에 참석한 새벽이.
작은 밤의 음악 1악장, 어쩐지 익숙한 음악이
불편해서인지 잠도 오지 않았고, 어느 순간 음악은
새벽이를 감싸기 시작해요. 그리곤 소리가 들려오죠.
"새벽이 되기 전에....."넌 죽을 거야." "싫어, 싫어!"
몸을 꼼짝도 할 수 없던 새벽이는 어느 순간 어딘가로
갑자기 이끌려 가고, 푸른 물속으로 미끄러지듯 향해요.
그리곤 이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꿈 속인 줄 알았던 그곳은 누군가의 뱃속이었거든요.
말은 주고받을 수 없었지만, 아주 작은 태아가 있었고,
아기의 말들이 새벽이의 귀에도 모두 들려왔어요.
그뿐 아니라 바깥세상의 소리도 모두 들렸지요.
"아들은 안 된다고요!"
"지난달까지 딸이라고 했잖아요."
아기는 잔뜩 웅크렸어요.
"들키면 안 돼, 절대로 보이면 안 돼!"
그때, 새벽이는 깨닫습니다.
이 아기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요.
사실 엄마는 아기가 아들이면 태어나기 전에 죽는다는
이야기만을 믿고, 이미 뱃속에서 잘못된 세 아들처럼
새벽이가 잘못될까 봐 딸이기를 바라왔던 것이었어요.
하지만 아 모든 이야기를 수없이 듣게 된 뱃속 아기는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아기의 상징을 감추었던 거죠.
새벽이의 존재가 스포이듯, 아기는 잘못되지 않겠지요.
하지만 엄마가 임산부인 채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며
태어나기 전 한차례의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점점 식어가고, 의식을 잃어가던 아기 새벽이.
"새벽아! 너는 가만히 있어도 밝고 강한 아기야, 진짜야!"
그 순간, 뱃속으로 꿈처럼 흘러들어간 열세 살 새벽이는
아기와 늘 함께 했어요. 그리고 엄마의 목소리도 말이지요.
"너는 아무 잘못이 없단다." "네 잘못이 아냐." "사랑해, 사랑해."
새벽이는 아기의 입에 입을 갖다 대고 끝없이 속삭였어요.
"살아나, 살아나, 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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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감동적인 이야기에 뭉클해져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은 엄마 뱃속의 작디작은 아기 새벽이는,
커다란 위기 속에서 엄마와 손을 잡고 위기를 넘겼거든요.
혹여 둘이 손을 놓칠까 봐, 엄마가 아기 새벽이를 포기할까 봐
아닌 걸 알면서도 조마조마 한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렸답니다.
엄마와 아기가 위기를 견디고 무사히 넘겨내던 그 순간을
너무 잘 표현한 장면들에 절로 울컥하게 되더라고요.
뱃속 아기도 다 듣는다. 이쁜 말만 하고, 좋은 것만 보고 들어라
하시던 옛 어른들의 이야기처럼 정말 아이들은 뱃속에서도
새벽이처럼 모두 알아듣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어쩐지 저희 세 아이들에게도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어요.
동생들은 큰애들에게 소리치는 엄마의 잔소리를 뱃속에서부터
듣고 태어나 알아서 눈치가 빠르고 알아서 순하게 태어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무엇보다 생명의 힘을 가득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예요.
세상을 향해 이제 조금은 자신 있게 손을 뻗기 시작한 새벽이의
힘찬 발걸음이 마치 우리 모두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답니다.
이 세상을 향한, 새벽이의 힘찬 시작과 용감한 도전을 축복합니다
생명력을 잔뜩 쥐고 세상에 태어난 특별한 우리 모두를 응원합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