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을동이 있어요 알맹이 그림책 71
오시은 지음, 전명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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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이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대한민국과 미 군정에 의한 국가폭력이  민간인 대량학살로 이어져, 7년간 희생된 인원만 (예측) 3만 명에 이르며, 대한민국 현대사에 있어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컸던 사건이다.

 

한국 현대사에 있어 가장 아픈 역사 중 하나로 기억되는 제주 4.3. 벌써 76주년을 맞이한 제주 4.3은 여전히 제대로 된 이름이 없습니다. 제주 4.3의 정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들들은 제주도민들의 항쟁을 기억하며 제주 4.3 항쟁이라 부릅니다. 또 여전히 어떤 이들은 제주 4.3을 폭동이며 사태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주 4.3은 그저 제주 4.3일 뿐 어느 하나라고 규정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제 4.3에서는 탄압, 항쟁 그리고 대학살이라는 일이 모두 한 번에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과거 민주화 이전에 우리는 제주 4.3에 대해 알아도 몰랐습니다. 입 밖으로 꺼낼 수조차 없던 제주 4.3은 제주도민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였을까요? 여전히 그 희생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요즘, 왜 아직도 정확한 이름을 붙일 수 없고, 역사적 평가를 미룬 것인지, 왜 이리도 더디게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곤을동 그 자체인 화자는 이야기합니다.
모두 사라졌지만 모든 것이 생각난다고. 

웡이자랑 웡이자랑 애기구덕을 흔들며 아기를 재우던 아낙.
곡식 한 움큼을 연자 방아에 넣고 말을 돌리우던 사람들.
당선에서 멜발을 보고 망선에선 멜을 후리던 제주의 어민들.
눈이 곱게 내려 온통 고요하던 그날, 소문은 마을 덮치고,
아기는 닥칠 일을 알았는지 칭얼대며 울음을 멈추지 않았지요.

그렇게 땅을 울리는 군홧발 소리에 집에서 끌려 나온 사람들.
불꽃으로 뒤덮인 마을의 동백꽃 봉오리들은 떨어지고 맙니다.
마을은 시커멓게 재처럼 태워지고, 뚝 뚝 뚝 떨어진 꽃송이... 
그리고 잊혀진 이름만이 남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작가님께서 너무나 예쁜 제주의 마을이 처참한 모습으로 남겨진 것을 보고 시작하게 되셨다고 해요. 한때는 따스했을 곤을동, 그리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평화로웠던 곤을동의 삶과 그날 이후의 아픈 이야기를 담아 제주 4.3의 이야기를 펴내셨다고 합니다.

한라산에 숨어든 무장대를 잡는다면서, 왜 해안가 마을인 곤을동을 불태웠을까요? 바다가 펼쳐지고 화북천이 흐르며 병풍같이 펼쳐진 풍경이 함께하던 곳, 곤을동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었을까요? 그 풍경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지금, 사람들의 슬픔도 사라졌을까요?

 
 
오늘 하루 종일 제주 4.3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또 각종 미디어를 통해 오르내렸습니다. 사람들은 추모의 마음을 담아 제주를 위해 기도하고, 제주 사람들을 응원했지요. 수년 전만 해도 이야기조차 꺼낼 수 없었고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었던 4.3을 이제는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제 그만 잊으라고 하던 사람들, 입 밖으로 꺼내지도 말라던 사람들, 그 속에서도 제주 4.3은 잊히지 않았습니다. 4.3을 잊기엔, 4.3이 너무도 아프니까요. 비록 아픈 역사지만 우린 제주를, 그리고 제주의 그날을 더 잘 알고 더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픔을 똑바로 마주하고  다시 한번 되뇌고 기억해야만, 똑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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