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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공 벌레 - 진짜 내 이름 ㅣ 노란상상 그림책 107
올가 데 디오스 지음, 김정하 옮김 / 노란상상 / 2024년 2월
평점 :
여러분은 아주 멋지고 잘 해내고 있는 누군가를 보며
따라하거나 그 존재처럼 되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사람들은 타인의 성공을 보며 자신과 비교를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잘하는 것들을 따라 해 볼 때도 있답니다.
혹은 다른 사람들이 알려주는대로 무작정 따라하기도 해요.
누구나 좀더 멋져지고 대단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요.
어쩌면 가끔 우리는, 우리가 뭘 잘하는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남들이 많이 하거나 성공하기 좋은 것, 멋지게 보이는 것을
그저 그 이유만으로 따라 해 보기도 하고, 되고 싶어 합니다.
📚
여기 산꼭대기에서 태어난 까만 벌레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벌레를 보곤 저마다 곤충 친구들은 한마디씩 충고를 하네요.
나비 애벌레는 뭐든 많이 먹으면 자신처럼 나비가 될 거래요.
벌레는 먹고 또 먹었지만 커지기만 하고 나비는 되지 못했죠.
그뿐일까요?
무당벌레들은 날마다 푹 쉬고 잘 자야 반짝반짝 빛날거래요.
개미는 인내심을 가지고 꾹 참고 기다리면 다리가 생긴대요.
하지만 이 까만 벌레는 조금 달랐답니다.
까만 털이 덥수룩하게 자라고 짧디짧은 양 팔만 생겼거든요.
까만 벌레는 어느 날 간지러움을 못 참고 벅벅 긁어대다가
갑자기 산 아래로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멋진 일을 마침내 찾아냈답니다!
우리는 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금방 들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또 할 수 있는 일을 모르는 걸까요?
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고 왜 남의 소리에만 집중할까요?
나는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른 존재라는 걸 왜 잊는 걸까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철썩같이 믿고 실행에 옮기면서
자신이 무얼 잘하는지는 전혀 몰랐던 까망공 벌레가
마침내 자신이 잘하는 일을 찾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차 하는 생각도 들고 마치 저 같기도 해 부끄러웠답니다.
저는 정말 고등학교 때 꿈을 정했던 일이 부끄러웠어요.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제쳐두고 멋진 일을 쫓았거든요.
분명 잘하고 좋아하는 일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었는데,
당시 공대가 멋져 보였고, 빛나는 첨단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이과를 가고 학과를 정해 전산을 전공했었어요.
일도 물론 그 방향으로 가서 3년 정도 무작정 일만 했었고요.
하지만 행복하지 않았어요.(그곳에서 남편을 만난 것만 빼고ㅋ)
그러다, 솔직한 마음의 소리를 자그마하게나마 듣고는 다시,
대학을 가서 아동학을 전공했고 정말 행복한 공부를 했답니다.
전 그제야 깨달았어요. 사람의 인생은 정말 좋아하는 일을,
그리고 정말 잘하는 일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요.
제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는 사실 제가 제일 잘 알 텐데
왜 항상 다른 사람들이 잘하는 것, 멋지게 해내는 것을 보며
부러워하고 동경하며, 나도 저리 되고 싶다 꿈을 꿨을까요?
내 마음의 소리, 내 꿈의 방향은 왜 모른척해왔던 걸까요?
까망공 벌레가 정체성을 깨닫고 진짜 자신의 이름을 찾아냈듯
저도 내가 진짜 되고싶은 내 미래를 찾고, 하고싶은 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요?
사실 결혼을 하고 아이 셋을 낳느라 전 가던 걸음을 멈추었어요.
그러던 제가 요즘 멈추었던 그 길을 다시 가려고 노력중입니다.
어쩌면 조금 늦었는지도, 어쩌면 이제 잘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전처럼 열정을 가지려 해도 뜨뜻미지근 해질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진짜 내 이름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또, 나만이 가진 긴 경험과 오래도록 꿈꾸어온 마음도 있잖아요.
어쩌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간절하고 용감할 수도 있어요.
육아와 늦은 공부, 오랜 경험으로 노련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저만이 지닌 나의 특별함, 간절함, 그리고 오랜 경험들을 통해
제게만 있는 특별한 재능을 저도 모르게 쌓았을 수도 있답니다.
그럼 이제부터 길을 만들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가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부터! 지금부터! 저도 제 이름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좀 늦으면 어때요? 저도 까망공 벌레처럼 '신나게' 찾아보렵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