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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코끼리
타마라 엘리스 스미스 지음, 낸시 화이트 사이드 그림, 이현아 옮김 / 반출판사 / 2023년 12월
평점 :
🔖
때로 슬픔은 코끼리 같아.
'쿵쿵' 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라.
숨쉬기 어려울 만큼 짓눌리기도 해.
가끔 슬픔이란 녀석이 저에게 찾아올 때면,
그 '슬픔'이 너무도 커다랗고 거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지요.
그럴 땐 이 커다란 슬픔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고,
막연히 답답하기도 하고, 너무 무섭기도 했어요.
영영 이대로 슬픔 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까 봐
커다란 슬픔에게서 혹시 영영 벗어나지 못할까 봐
모른척해 보기도 하고, 도망쳐 보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라지지 않는 슬픔은
자꾸만 저만을 바라보고, 제 주변을 맴돌더라고요.
그러다 그 거대한 모습에 제가 조금은 지쳐갈 때쯤,
슬그머니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고 가벼워지더군요.
시간이 흐르니 결국 걱정도 슬픔도 점점 작아졌어요.
제게 커다랗게만 느껴지던 수많은 걱정은 실제로는
일어나지도 않는 막연한 두려움일 뿐이더라고요.
📚
소녀도 그랬어요. 커다란 슬픔을 마주하곤,
코끼리 같은 그 슬픔에 그만 깜짝 놀랐답니다.
눈을 감아보기도 하고 손으로 밀어도 보고,
소리도 쳐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코끼리 같던 슬픔은
소녀에게 사슴으로 다시 다가옵니다.
그리고 작은 여우가 되어 찾아오기도 하지요.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소녀를 자꾸만 찾아와요.
하지만 밀어내고 싶을 만큼 거대했던 슬픔은,
점점 더 작아지고, 점점 더 고요해집니다.
🔖
슬픔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아.
낮잠을 자는 것처럼 곁에 머물 뿐이야.
푹 쉬고 나서 슬그머니 일어날 거야.
어쩌면 슬픔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지 몰라요.
오늘 오고 내일 또 올지도 모르죠. 잠시 후에 올지도 몰라요.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슬픔을 만나면 만날수록
우리는 점점 조금씩 깨닫게 될 거예요.
슬픔은 고통보다 벅찬 감격이라는 것을,
슬픔은 괴로움보다 그리움이라는 것을,
슬픔은 오직 사랑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말이에요.
너무나 커서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그 슬픔도
자꾸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작아질 거라고.
사라지진 않더라도 조금씩 고요해질 거라고.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의 말을 전해주는 듯한
소녀와 슬픔의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그림책을 읽으며 슬픔이 세상에서 사라지진 않더라도,
내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다려 주는 것만으로도
슬픔과도 편안한 친구가 되어 오래오래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혹시 여러분의 마음에도 슬픔이란 녀석이 찾아왔나요?
영영 떠나지 않을까 봐 점점 더 커질까 봐 걱정인가요?
괜찮아요. 정말로 괜찮아요.
어느새 작아지고, 고요해진 슬픔을 다시 만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그렇게 슬픔이 어느새 고요해지고 잔잔해지면
슬픔도 그리워할 수 있는 작은 추억이 되어줄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