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꿈
인선 지음 / 현암주니어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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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나의 집, 소중한 우리 집으로
이사오던 날 설렘을 기억하시나요?
정돈된 집에 짐을 들여놓기 전 설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주하는 행복은
그 어느 설렘과 행복보다 크답니다.

저도 6년 전  세종에 이사오던 때가 생각나요.
새집은 아니었지만, 전에 살던 곳이 시골이라,
신도시인 세종은 깨끗한 동네에 깨끗한 환경, 
정말 아이들을 키우기에 더없이 좋더라고요.

아무도 아는 이 없는 지역에 새로 이사를 하며
두렵기도 했지만 미래를 꿈꾸며 참 행복했어요.
이사할 곳을 찾고 정하고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저는 참 행복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답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이웃과 환경을 만나고
동네가 익숙해지고 사람들이 편해지는 6년 동안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짧지 않은 지난 세월만큼 많은 변화가 생기고,
많은 인연들이 스쳐가고 아이들도 쑥 자랐지만,
변치 않는 것은 언제나 소중한 우리집이지요.
늘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도 여전히 아름답고요.

언젠가 세월이 또 흘러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생각날 많은 것들이 눈 속에 기억 속에 자리했습니다.

 
-
 

이 그림책은 1978년 입주를 시작한 한 아파트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야트막한 동산을 깎아 세워진
아파트 단지로 사람들은 새로 이사를 오고 있어요.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복작복작하지요.

푸르른 숲에서 바람이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재잘거리는 새소리가 들리는 이곳 아파트도
세월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변화해 갑니다.
반짝거리던 아파트엔 세월의 흔적이 생겨요.
어느새 다시 깨끗한 옷을 갈아입기도 했지요.
그리고 2022년 어느 날, 재건축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아파트는 기억 속으로 사라지지요.
 

이 모든 과정을 오랜 시간 바라본 존재가 있어요.
비록 아파트는 점점 낡고 초라해져 갔지만,
작고 초라했던 나무는 점점 풍성해졌답니다.
그 시간 동안 나무는 이 모든 것을 지켜봤지요.

행복한 사람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순간들,
함께 응원하며 하나가 되던 그날의 함성들,
그리고 하나 둘 그곳을 떠나가던 그 순간들을요.

이제 아파트를 지키던 나무들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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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정말 여러 번 다시 넘겨 보게 됩니다.
시간의 흐름대로 변화하는 풍경을 바라보느라
점점 달라지는 아파트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느라
각 시대에 맞는 깨알 같은 표현들을 바라보느라
나무의 솔직한 마음을 다시 느껴보느라 말이죠.

특히 시대에 맞는 표현들을 찾는 재미가 정말 좋은데요.
마치 40년 동안 아파트를 매일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어
그 변화를 기록한 듯 사실적인 장면이 너무 재미있답니다.

88올림픽 해엔 리어카 말이나 빨간 공중전화가 보이고요.
90년대 후반엔 사람들이 공중전화 앞에 삐삐를 들고 서있고,
걸스카웃, 보이스카웃과 롤러스케이트, 벽돌폰도 보여요.
2002년엔 사람들이 붉은 악마가 되어 잔뜩 신이 났네요.
스카이라이프 안테나 접시도 보이고, 에어컨도 늘어나고,
점점 늘어나는 빌딩과 야쿠르트 아줌마의 변화도 
꼭 찾아보세요. 정말 너무 재미있답니다.

 

처음 이 책을 보고 당연히 사람의 관점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렇게 책을 읽어내리다 이 모든 것이  나무의 관점이라는
생각이 드니 이제껏 본 내용이 달리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또다시 처음부터 읽어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사람들은 이사를 하고 아파트도 헐리고 다시 지어지겠지만
수많은 나무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어디로 가는 건지 
정말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정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답니다.
그리고 살짝 소름도 돋았답니다.

 

이사는 당연히 사람들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처럼,
고정된 관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꼭 보셨으면 좋겠고요.
어린 시절 추억의 장면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추천해요.
아이와 그 추억을 공유하고 싶으신 분께도 적극 추천하고요.
익숙한 것들에게서 소중한 행복을 얻고 싶으신 모든 분들께,
이 그림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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