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 싶어서 그림책을 펼쳤습니다
김수영 지음 / 책읽는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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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나를 속인다고 생각될 때, 어른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할 때, 또 나는 왜 이토록 사랑과 인정에 목말라하는지 의문이 들 때, 진짜 나를 알고 싶다면 그림책을 펼쳐 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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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그림에는 작가의 무의식이 직관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글과 그림이 상호 작용하면서 독특한 스토리를 형성합니다. 여기에 우리 삶을 관통하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이 더해지면, 보다 쉽고도 깊이 있게 '나'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P.9)
 
인간의 언어를 욕망을 통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독창적인 정신분석학 체계를 설립한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 '자크 라캉'. 20년 전 아동학 전공 시절에 잠시나마 들어보았던 자크 라캉과 프로이트의 이야기를 그림책 이야기에서 만날 수 있다니! 이렇게 감동적인 재회가 또 있을까?

사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인 만큼 낯설기도 했고 어렵기도 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그림책을 들여다볼 수 있어 공부하는 기분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다시 학부생이 된 기분이랄까? 기분 좋은 긴장감과 설렘의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특히 반가웠단 책 3권의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다.

 

라캉에 관한 대표적인 이론 중,  거울 단계가 있다. 인간은 유아기에 거울에 비친 완벽한 '나'를 자아로 받아들이며 자기애와 더불어 불안과 경쟁, 질투의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내 의지로 나를 제어하기 힘든 이유 바로 충동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실패가 어머니를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포르트-타'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의 불안은 부재 상황을 극복했다는 기쁨 속에 점점 줄어든다. <파도야 놀자> 속 아이의  파도 놀이에서 아이는 실패 놀이를 통해 불안을 극복해간다. 엄마가 지켜본다는 믿음이 아이를 더 과감히 파도에 다가가게 했다.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도 참 흥미로왔다."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수정한 라캉. "나는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라고, 인간의 무의식을 이야기하였다. 그리하여 무의식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을 고찰해 본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도 무의식의 세계가 잘 표현되어 있다. 맥스가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아가 항해하여 도착한 괴물 나라. 즉 맥스의 무의식에서 밀려난 '괴물'이라는 시니피앙이 존재하는 세계다. 맥스는 자신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시니피앙들을 망설임 없이 금방 제압한다. 괴물들의 왕도 될 수 있다. 그리곤 다시 의식의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왜 이유 없이 슬퍼지는가?를 이야기하며 애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상 깊던 그림책 <안녕 모그> 속 모그가 자신을 대신할 아기 고양이가 이 집에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도록 돕는 장면이 너무 인상 깊었는데, 이렇게 자신을 대체할 새로운 대상을 직접 도움으로서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인식하고 죽음을 상징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식구들이 마침내 아기 고양이를 식구로 받아들임으로써, 애도를 끝내고 식구들의 리비도가 모그에게서 아기 고양이에게로 향한다. 다비가 모그를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모그를 언제까지나 기억하겠다는 말을 남김으로써 모그는 마침내 그 집을 떠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그림책을 풀이하는 것에서 끝나는 책이 아니다. 정신분석학, 철학의 이론을 그림책 속에서 비추어보고 경험해 보는 책이다. 그래서 더욱 차분히 읽어보고 공부하는 기분으로 마주했다. 내가 단순한 눈으로 보았던 그림책의 세계는 정말 아담했고, 그들의 이론으로 바라본 그림책의 세상은 무한했다. 그래서 읽을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20년 전이 아니라 지금 아동학을 전공하고 있다면 이 책이 얼마나 나에게 중요한 책일지 두말하면 잔소리 일만 한 책이다.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라캉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에 대해 알게 되면 될수록 더욱 알고 싶어졌다.

함축적인 의미, 그리고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그림책, 그 안에서 수많은 그림책의 명작들이 김수영 선생님의 언어로, 해설되고 있는 책이다. 내가 가진 욕망, 내가 지닌 진심과 만날 수 있는 존재, 그림책! 그 안에 가득한 나의 이야기들을 향해 오늘도 수많은 질문을 던져보고 거울을 비추어 보고자 한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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