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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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을 때 그 소리는 큰 울림을 지닌다. 이 세상에 처음 미투라는 낯선 이야기가 등장한 것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진리는 더 극명해진다. 그동안 왜 그리 쉬쉬해야 했는지, 피해자가 숨고 목숨을 잃어야만 했는지 억울하고 안타까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책 속 아이들만큼은 아니지만, 반백이 다 되어가는 나의 학창시절에도 그랬다. 어느 선생님은 아이들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터치하고, 어느 선생님은 성희롱급 농담을 던져대기도 했다. 성폭력의 개념이 없던 시절 그땐 선생님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또 그때의 선생님들은 우리를 마구 때려도 되는 줄 알았다. '자고로 여자는'이란 말을 붙여가며 성차별과 인격모독을 하던 선생님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흔한 어른들의 말로 여겼다. 용서되어서는 안되는 폭력의 시간들이 당연히 용서되던 암흑의 시절이었다.
 
이른바 '스쿨 미투'라 불리는 학교 내의 고질적인 성희롱과 성폭력의 문제들, 절대적인 상하 관계에서 권력을 틀어쥔 선생님들에게 반항하고 항변할 수 없었던 학생들의 이야기가 수면 밖으로 나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권력을 쥔 어른들은 너무 강력했고, 아이들은 너무도 힘이 없었으며, 또 다른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억울함을 이야기할 기회란 없었다.

 

📖
이 책은 어느덧 체육교사가 된 무경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학교 내 온라인 수업 중 억울한 성희롱을 당한 선이와 미주가 고민 끝에 유일한 정상적인 선생님 박무경을 찾아가며 무경의 학창 시절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경'과 '예찬'은, 각각 축구캠프의 남학생과 코치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지선'과, 선생님이 당할 성희롱을 막으려다 반친구 일당과 선생님께 폭행을 당했던 친구 '종률'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무경과 예찬이 태권도장에서 만나게 되며 또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데이트 폭력을 일삼는 황동수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은 '서연', 무경의 옆집에 사는 '현정'의 친구인 미란에게 자행된 교사의 몹쓸 짓들, 그렇게 이어진 책속 주인공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상처를 안아주며 본인들이 해야할 일을 찾아간다. 그리고 꼬리였던 작은 파란 리본들은 파도가 되어 물결을 이루어간다.

 

고질적인 학교 폭력은 물론, 교사라는 위치를 이용해 학생에게 저지르는 학교 내 폭력과 성폭력, 운동부라는 특수상황 아래 자행되는 코치의 가스라이팅과 폭력, 상대의 감정을 이용한 데이트 폭력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회적 폭력의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더욱 슬픈 것은 여전히 이런 일들이 가득하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들이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도 힘들고 무거운 이야기들이 여전히 우리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무척 나기도 했다. 또 이런 아이들을 지켜주어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가해자라는 사실은 더욱더 나를 분노케 했다.

 

피해자임에도 "네가 못나서 그런 거야. 네가 잘못한 거야." 혹은 "그래도 되는 애야!"라는 말도 안 되는 프레임에 갇혀서, 혹은 여자는 그런 구설수에 오르면 안 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마치 죄인처럼 숨는다는 사실이 기가 막혔다. 그리고 여전히 그런 생각이 수많은 어른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다는 사실이 정말 무서웠다.

폭력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섭고 두려웠을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저지른 일들은 그 어떤 말로도 용서되지 않는 범죄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그러나 책 속 무경, 예찬, 현정, 서연은 부당함에 맞서 끝내 꼬리를 만들어냈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도를 이루어 내려 애를 썼다. 그리고 마침내 그 파도는 커다란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하나하나의 힘은 작았으나, 연대하고 힘을 합쳐 만들어낸 이 움직임은 세상에 파도를 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작은 꼬리가 일으킨 파도였다. 이제 이 파도는 영원히 멈추지 않는 또 하나의 움직임이 될 것이다.

네 아이들은 그렇게 서로를 붙들고 버티며 함께 성장해갔다. 상처를 치유하며 진정한 성장을 이룬 것이다.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었을 텐데 용기내어 세상에 목소리를 내어준 아이들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그리고 너희 덕분에 조금이라도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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