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 생명과학과 자아 탐색 발견의 첫걸음 4
이고은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아 탐색의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사춘기,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이는 철학적 관점에서도 논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생물학적으로도 들여다볼 수 있는 논제이다.

그렇다면 내 몸의 주인은 내가 맞을까? 우리는 우리 신체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의 뇌에서 내리는 명령에 따라 본인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이는 대뇌에만 해당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
연수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침샘에서 침이 나오도록 하고 심장을 뛰게 하지요. 간뇌 또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장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P.12)

그 외에도 우리는 호르몬이라는 지휘자에 의해 뇌 기능이 조율되기도 하고, 유전자라는 매뉴얼의 행동을 통해 본능으로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때론 세균에 점령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몸의 주인은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모여서 자아가 되기 때문이다.

 

언제인가부터에 대한 논의도 재미있지만 어디까지 바뀌어도 내가 나일까?라는 논제가 정말 재미있어요. 고등학생 큰딸이 책을 슥 읽어보더니 저에게 질문을 했어요. "엄마, 이 책의 내용엔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가 딱 어울리겠어요." 

📚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 아테네에 귀환한 테세우스의 배를 아테네인들은 팔레론의 디미트리오스 시대까지 보존했다. 그들은 배의 판자가 썩으면 그 낡은 판자를 떼어버리고 더 튼튼한 새 판자를 그 자리에 박아 넣었다. 커다란 배에서 겨우 판자 조각 하나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이 배가 테세우스가 타고 왔던 "그 배"라는 것은 당연하다. 한 번 수리한 배에서 다시 다른 판자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낡은 판자를 갈아 끼우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테세우스가 있었던 원래의 배의 조각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위키백과 중에서)

그렇다면 우리가 얼굴이나 뇌를 이식한다면 그것은 진짜 나일까? 더 나아가 우리 머릿속의 기억을 이식하거나 나를 복제한다면 그것 또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우리에게 상상으로 다가오는 이 의문들이 실제로 다가온다면 명확한 기준과 윤리적인 판단이 꼭 필요해질 것이다. 

 

나는 몇 살일까? 아니 내 세포는 몇 살일까? 테세우스의 배처럼 인간은 계속해서 세포가 바뀌어간다. 심지어 세포가 죽을 때마다 새 새포가 생겨나므로 3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된 우리의 몸은 계속해서 바뀌어간다. 피부 세포는 2~4주마다 교체되고, 적혈구는 3~4개월마다 교체되고, 각각의 수명대로 교체되는 세포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과거의 나와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에 대한 이야기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내 눈으로 보는 세상이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 하지만, 너와 내가 같은 사물을 서로 어떤 색으로 보고 있는지는 비교할 수가 없다. 심지어 인간이 동물에 비해 더 보지 못하는 색상도 많다. 

🔖
우리가 같은 색깔을 보고 있다고 짐작하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 같은 세상을 보고 있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P.71)

 또 우리는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지에 대해 판단할 기준이 없다. 그럼에도 이 상대적인 개념을 우리는 우리 중심적으로 사고하여 판단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것을 옳고 그름, 혹은 좋고 나쁨으로 생각할 때도 있다.

 

이 책은 생명과학과 철학을 하나로 이어주는 느낌이었다. 나는 누구일까?라는 가장 철학적인 논제를 가장 과학적으로 풀어낸 느낌이었다. 전혀 맞닿을 것 같지 않은 두 학문이 만나, 재미있고 흥미롭게 풀어내는 문장들이 무척이나 신선하고 좋았다.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이 늘 궁금했을 나를 향한 철학적 질문들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합리적인 기준으로 바라보고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내가 누구인지 생각과 사색만을 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풀어보고, 분석적으로 이해해 보며, 과학적인 시선으로 판단해 볼 수 있는 이 시간들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