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찌와 마지막 3일 ㅣ 읽기의 즐거움 41
조은진 지음, 이지오 그림 / 개암나무 / 2023년 4월
평점 :
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동생과
또 할머니 할아버지와 늘 함께 살았어요.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각별했답니다.
항상 학교에 다녀오면 맞아주시던 분들도
엄마 아빠께 혼나고 나면 달래주시던 분들도
다름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였거든요.
그렇게 어른으로 성장하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조금씩 약해지시고, 병이 찾아오고 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직접 목격해서인지 또렷이 기억해요.
그래서인지, 이 책의 내용이 더욱 와닿았답니다.
물론 저는 두 분이 돌아가실 때 전 아이는 아니었지만,
점점 약해지는 조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참 속상했고
무척 슬펐던 기억이 아주 또렷하게 남아 있거든요.
📖
치매와 함께, 약해진 몸 때문에 요양 병원에 계시던 하찌.
유하는 아주 어릴 때부터 같이 살았던 할아버지가 걱정되어
엄마 아빠에게 어서 할아버지를 집으로 데려오자고 졸라요.
🔖
치매는 머릿속 저장 창고가 작아져 창고에 맞게 덜어 내는
거라고... 하찌가 노래는 남기고 나는 지운 거야?" (P.10)
할아버지와 가장 가까웠던 유하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할아버지에게 서운하면서도 기억을 찾아주고 싶어 하지요.
집에 가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를 빨리 모시고 가고 싶은 유하.
그러나 집에 가기로 한 날이 오기 전에, 하찌는
요양 병원에서 그만 심장이 멈춰 돌아가시고 말아요.
유하는 가족들에게 하찌가 집에서 장례식을 하고 싶어 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가족들은 집에서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동네로 돌아와 하찌의 장례를 치르는 유하의 가족들.
유하는 어른들을 통해 하찌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기도 하며
할아버지와의 추억들을 하나 둘 꺼내 마지막 길을 배웅합니다.
-
가장 가까웠던 존재인 할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유하의 마음이 저도 모르게 너무도 공감되었어요.
고모들도 할머니도 모르고, 엄마 아빠도 모르지만,
유하만이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많은 이야기들이
얼마나 유하와 할아버지가 각별했는지 느끼게 해주었어요.
장례라는 문화가 얼마나 엄중하고 격식이 있는지는 알지만
유하는 할아버지가 좋아하던 것들을 떠올리고,
직접 영정도 그려드리고, 선물도 준비했답니다.
그 마음이 더 애틋하고 슬프고 마음 아팠어요.
🔖
아빠가 하찌와 이별하듯, 나도 아빠 나이가 되면
아빠와 이별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아빠가 죽는 건 상상하기도 싫지만,
하찌의 죽음을 보며 이별의 순간이 누구에게가
온다는 것을 알았다. (P.96)
장례식은 가족들 사이에서 언젠가 겪게 되는 일이지요.
가까웠던 가깝지 않았던 소중했던 가족이 곁을 떠나는 경험은
그다지 유쾌하거나 행복한 경험은 아닐 겁니다.
유하처럼 각별한 사이였다면 물론 더 그렇겠지요.
이럴때 그냥 슬퍼만 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기 보다
사랑했던 가족의 사랑과 추억을 나누고 추모하며
마음속으로 영원히 기억하는 일도 꼭 필요해요.
특히 죽음에 대해 낯설기 마련인 아이들이
너무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만은 않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동화책 <하찌와 마지막 3일>은
아이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장례의 과정을 들여다보고
가족의 사랑에 대해, 또 인간이 지니는 자연스러운 변화에 대해
조금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것 같아요.
아이도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안 계신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이 없는지라 이 책을 진지하게 읽었어요.
상상만으로도 무서운 일이지만 가족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고
남은 가족들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언젠가 자연의 섭리로 우리 모두가 겪게 될 일이지요.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하기 보다, 동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고 마음을 준비하는 일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초등 저학년도 읽기 좋은 길지 않은 동화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은 책이 될 것 같네요.
아이와 함께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