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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비행 - 2022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박현민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가끔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많은 생명들이 보인다.
개미, 지렁이, 공벌레, 작은 풀, 잔디, 예쁜 꽃까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이, 우리의 발아래에서
많은 생명들은 세상을 그리고 우리를 올려다보고 살아간다.
그들은 혹시 이런 꿈을 꾸고 있지는 않을까?
높은 곳으로 오르는 꿈, 흠뻑 비를 맞는 꿈,
움직일 수 없는 몸이지만 자유롭고 싶은 꿈,
세상을 올려다보지 않고 내려다보는 꿈....
이 그림책은 항상 땅 바로 위에 딱 붙어 지내느라
우리의 발에도, 지나는 오토바이나 자전거에도,
달려가는 강아지에게도 펄펄 내리는 눈에게도
밟히고, 눌리고, 덮이곤 하는 민들레의 이야기다.
그것도 어느 널따란 잔디에 핀 민들레가 아니라,
보도블럭 그 딱딱하고 차가운 틈새에 핀 민들레다.
더 커지고 싶어도 자랄 수 없고, 더 넓게 있고 싶어도
틈이 작아 겨우 자신의 자리만을 지키고 있는 작은 민들레.
그래도 그 작은 틈새에서 힘차게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작은 민들레의 소망을 향한 오랜 과정을 담고 있다.
보도블럭 틈새의 작은 민들레에겐 커다란 꿈이 있다.
지금은 가장 아래에서 모든 존재를 우러러보지만
언젠가 하늘을 높이 날아오르고 싶다는 꿈 말이다.
민들레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기다림과 견딤, 인내와 용기
작지만 큰 노력들을 수없이 꿈꾸며 퍼붓고 있었다.
때를 기다리며 지루하고 두려운 시간을 기다리고,
오지 않을지도 모를 시간을 향해 견디고 견디며,
얼마가 걸릴지 모르는 기나긴 시간을 인내하고,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을 향한 굳센 용기를 뽐낸다.
가장 낮은 곳에 있지만, 가장 높은 곳에 이르러 보고 싶은,
바닥에 붙어 움직이지 못하지만, 자유롭게 훠훨 날고 싶은,
작고 여린 민들레의 간절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안된다고 할 것이다.
네가 날아오르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그렇게 기다리기만 한다고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마음을 다해 빌어보아도 안되는 건 안된다고.
하지만 민들레는 날고 싶다는 소망을 향한다.
높이 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득 품고 살아간다.
과연 민들레는 도시의 하늘을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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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데 있다고 높은 곳에 영영 닿을 수 없는 걸까?
민들레처럼 지닌 것이 없다고 누릴 자격도 없는 것일까?
우리네 삶과도 닮은 민들레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다.
하던 일들을 하나둘 그만두고 새로 이루는 것 없이
살아가고 있는 내 안의 나에게서 작은 민들레를 발견했다.
너무 낮아서, 움직일 수 없어서 좌절하려고 했던 나에게,
작은 민들레는 나도 해냈다며 환한 용기를 안겨준다.
지금 할 수 없다고 영원히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이루어지는 곳이 세상이라고.
자신이 해낸 일들을 내게 보여주며 용기를 선사하는 것 같다.
여리디여린 존재였다. 작디작은 존재였다.
그런 민들레가 보여준 씩씩한 희망의 모험들은
앞으로 내가 걸어가게 될 미래일지도 모른다.
내가 마주하게 될 새로운 세상일지도 모른다.
민들레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크고 거대하지만,
민들레를 바라보던 아이의 눈빛은 달콤하고 다정했다.
지금 내 눈으로 바라본 나의 세상이,
크고 무섭기만 하다고 두려워하지 않기를,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가지 않기를...
세상은 때론 아이의 눈빛처럼 다정하고 따스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내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민들레를 닮은 나의 #세상비행 을 간절히 꿈꾸며....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