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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바글 식당 ㅣ 동시만세
박소명 지음, 이주희 그림 / 국민서관 / 2022년 11월
평점 :
저는 동시를 읽고 싶을 때
따뜻한 차 한 잔을 준비하고
아주 고요한 음악을 틀어두어요.
잔잔하고 작은 소리만 들리는 곳에서
동시를 읽다 보면 저절로 집중이 됩니다.
동시 속엔 소리도 움직임도 가득하지요.
쏘옥 쏙쏙, 와글바글, 소록소록, 쌔액쌔액,
아 아 아, 오들오들, 살금살금, 꽁 꽁.....
때론 사람을 닮고 또 때론 자연을 닮은
예쁜 소리, 예쁜 몸짓, 예쁜 모습이 가득하네요.
🔖
저
푸른 참나무들
다람쥐가 심었대
흙 속에 숨겨 둔 도토리
어디에 두었는지
깜빡해서
절대 깜빡 안 할 거라
다짐한 걸
가을마다 또 깜빡해서
도토리는 봄이면
쏘옥 쏙쏙 자라났대.
저
울창한 참나무 숲
깜빡, 깜빡이가 만들었대.
-P.16 <참 좋은 깜빡> 중에서-
전에 다람쥐들이 열심히 숨겨둔 도토리를
깜빡해서 참나무들이 자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본 적이 있었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 숲을 가꾸고 있는 다람쥐.
깜빡쟁이 다람쥐 정원사라고 부르고 싶네요.🐿
🔖
낮이나 밤이나
열려 있는 식당
참새 손님들이
와글바글 와글바글
잠자고 일어나 먹고
놀다 와서 먹고
먹어도 먹어도 넉넉한
까아아만 열매 밥
거저 나누어 주는
쥐똥나무 울타리
와글바글 식당.
-P.22 <와글바글 식당> 중에서-
쥐똥나무 울타리 와글바글 식당에
매일 놀러 오는 참새 손님들이
와글바글 식당에 모여 열매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 너무 귀엽네요.🐦
참새님들 오늘 메뉴는 맛이 어떤가요?
🔖
아 아
아 아 아
똑같이
입 벌려
바람을 먹고
햇살을 먹고
하늘을 먹는다.
먼저 먹으려
까치발 서지 않고
더 많이 먹으려
고개 내밀지 않고
아 아
아 아 아
함께 익어 가는
된장, 고추장, 간장 항아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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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6 <아아 아 아아> 중에서-
🌞햇볕을 쬐며 익어가는 된장, 고추장, 간장들이
뚜껑을 활짝 열고 놓여 있는 그 모습이 정말
아 아 입을 벌리고 바람과 햇살을 먹는 것 같아요.
전에 언젠가 갔던 식당에 수백 개의 항아리들이
나란히 있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 항아리들이 동시에
아 하며 하늘을 먹는 상상을 해보니 웃음이 절로 나네요.
🔖
긴 여행에서 돌아온
겨울이 가방을 열자
찬 바람이 훅 뛰쳐나와
나무들을 오들오들 떨게 하더니
냇물을 꽁꽁 묶어 버렸어.
지난밤엔
가방에서 살금살금 나온 눈송이들이
온 세상을 하얗게 저희 거로 만들었지 뭐야.
지금은 운동장도 산책길도
겨울이 다 차지했지만 걱정 없어.
곧 새봄이
따뜻한 가방을 들고 돌아오면
겨울은 슬그머니
제 가방을 싸서 떠날 테니까.
-P.73 <겨울의 가방> 중에서-
올해는 겨울의 가방이 무척 큰가 봅니다.
찬바람이 얼마나 많이 뛰쳐나왔는지
유독 춥고 꽁꽁 얼려버리는 날이 많네요.
겨울도 빨랐던 만큼 새봄도 얼른
따뜻한 가방을 들고 찾아와주면 좋겠어요.
겨울이 이제는 눈치껏 가방을 싸서
좀 일찍 떠나주길 바라봅니다. ❄
어린 시절엔 동시도 참 많이 짓곤 했는데
훌쩍 자라 어른이 되며 그 따스한 느낌을
새롭게 만들어내기 참 힘들더라고요.
대신 이렇게 다른 이들의 고운 시들을 읽다 보면
마음 가득 동시가 줄 수 있는 따스함이 채워지네요.
자연을 노래하고, 계절을 노래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평화로움을 노래하는 동시.
오랜만에 읽다 보니 동시만의 따스함이
마음에 불을 탁 켜주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주고 도닥여주는
아름다운 동시 한편 여러분도 꼭 만나보세요.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