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
임이랑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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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 믿는다. 더 멀리 보고 더 예민하게 듣고 더 빨리 반응하게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안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고 나서 오히려 어떤 방식으로는 삶이 한결 더 편안해졌다. 포기할 것은 빠르게 포기하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P.15)

글을 쓰고 노래를 짓고 연주를 하는 작가 임이랑. 식물을 가꾸며 자신을 돌보는 법도 배워간다는 작가의 세 번째 책은 불안에 관한 에세이이다. 솔직하게 그의 아픔과 불안, 그리고 일상에서 마주친 그것을 피하기보다 다루기 위해 애써온 그의 마음을 적었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 즉 MBTI 검사 결과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ISFJ다. 불안과 변수에 취약하고, 안정감을 추구하며, 계획을 벗어나는 변수를 두려워해 미리 이런저런 대책들을 계획하지만,  정작 처리할 수 없는 불안을 마주하게 되면,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유형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생활에서 이런저런 변수들을 맞이할 때마다 정말 식은땀을 흘린다. 항시 모든 외출은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과 원칙, 순서를 세우고 나가는 편이고, 아주 작은 일일지라도 내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을 마주할 때마다 불안하다. 그때 느끼는 불안은 남들 눈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나 나에게만큼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래서 나는 처음 이 책을 마주하곤, 제목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 "불안이 그럴 리가 없어! 불안은 늘 나를 불행하게 하는걸! 불안만 없으면 나는 정말 행복해질 텐데!"라고 생각하는 편인 나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제목이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작가 또한 나처럼 수없이 많은 불안을 데리고 있는 분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다만 그 불안이 버거워 숨거나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안고 가야 하는 불안이라면 마치 내 맘속 아이처럼 불안을 안심시키고, 불안을 잘 다루는 삶을 살아보자고 이야기한다.

 

에세이답게 무척 상처 많은 작가의 삶 속 아픔들을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상처도 있었고, 비슷한 마음이 드는 부분도 많았다. 어린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자신만이 잣대로 뱉어대는 어른들의 말이 얼마나 많은 상흔을 남겼는지 몸의 화상보다 더 큰마음의 상처를 지닌 작가를 보듬어주고 싶었다. 나 또한 말로 받은 수많은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작가의 상처를 소복이 덮어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무수히 노력하고 있는 작가의 삶과, 내가 닮고 싶은 불안을 대하는 자세가 나의 눈을 반짝이게 한다. 상처를 극복하고 불안을 없애버리려 할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아이처럼 잘 다루고 그 불안이 조금 더 나를 예민하게 움직이게 해줄 수도 있다는 것,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자는 말에 100프로 동의하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이니까.

 

부정적인 생각은 더욱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지를 뻗치기 마련이다. 불안한 요소를 없애려고 계속해서 불안한 존재를 생각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수렁으로 빠지기 쉽다. 혹시 마음에 어둠이 찾아와도 버틸 수 있도록 마음 안에 안전지대를 탄탄히 만들고, 단단히 기대자. 예민하지만 뾰족하지 않고 즐겁고 편안한 사람이 되어보자. 

내가 할 수 없는 것, 힘든 것, 거창한 것을 해내려 애써 생각하고 노력하고 바꾸려 하기 보다,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자. 불안해진 나의 감정을 없애려 집중하지 말고, 아이를 다루듯 요리조리 잘 다루어보는 것이다. 내가 가진 불안을 차분히 달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아야겠다. 불안 또한 나 자체라는 것. 내가 부정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해 주며 살다 보면, 불안을 보고도 불안하지 않은 내가 될 것이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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