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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1948 ㅣ 바람청소년문고 15
심진규 지음 / 천개의바람 / 2022년 7월
평점 :
해방 후 유난히 어지러웠던 제주. 그 혼란 속에서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희생되었다. 그 수를 정확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제주도민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혹은 삶의 터전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제주도민의 1/8이 죽거나 행방불명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비참한 사건인지 알 수 있다.
<섬, 1948>은 4.3의 과정 중 1948년 6월 18일, 제주도 강경 진압 작전에 나섰던 9연대장 박준경을 부하였던 문상길 준위와, 손선호 하사가 암살했던 사건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실제로 책을 읽은 뒤, 해당 사건을 찾아보니 인물의 이름도 상황도 거의 역사 속 그대로였다.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가 사실이었다는 것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4.3에 대해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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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숙은 기욱과 결혼해 명옥을 낳고 이대로 평화로이 살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왜놈들이 물러간 자리에 미군이 들어온 후 모든 게 달라졌다. 미군은 인민위원회를 없앤다고 했고 인민위원회는 미군을 물러가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제주는 점점 혼란 속으로 향했다. 이미 벌집을 쑤셔놓은 듯 불안한 섬. 탁주나 한잔하고 온다던 기욱은 그길로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 기욱을 찾아 순이네 집에도 가보지만 이미 동네에 한두 사람이 사라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은행에서 일하는 기욱의 동생인 순욱은 지난 총파업이 진행되며 집으로 돌아왔다.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간 진숙 대신 집에 있던 순욱은 마침 마을을 수색하며 남로당원을 찾던 국방경비대 소속 문상길 준위와 마주친다. 문 준위는 어쩐지 순욱이 마음에 들었고, 그렇게 순욱을 살피러 진숙의 집에 드나들며 식구들을 챙긴다. 그럼에도 경찰은 김봉연을 찾기 위해, 마을을 들쑤시며 수시로 동네 사람들을 데려다 조사를 한다. 둘째를 임신 중인 진숙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사이 빨갱이를 소탕하겠다며 섬으로 수많은 육지 사람들이 몰려왔고, 서북청년단 장동춘은 빨갱이를 모두 때려잡자며, 온 동네를 들쑤시고 마음대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멋대로 학살했다. 그러나 국방경비대 9연대장인 김익렬은 힘없는 제주도민들을 경찰과 서북청년단원으로부터 지키고자 애를 쓴다. 익렬의 부하인 문상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4월 3일 오름에서 봉화가 오르고, 유격대는 서북청년회와 경찰서를 급습하기에 이른다.
이에 이들을 진압한다는 목적으로 경찰과 서북청년단은 물론, 국방경비대 9연대에게도 협조하라는 지시가 떨어지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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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경을 사살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책 속 문상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제주도의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선 30만 명의 제주도민을 전원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는 박준경의 말만으로도, 얼마나 무자비한 초토화 작전이었는지 상상이 된다. 한없이 괴롭던 도민들의 마음에도 먹먹해진다. 아무런 죄 없는 양민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장면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상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경찰과 서북청년단, 유격대와 국방경비대 이들의 싸움과 미 군정과 공산주의의 대립, 또 누군가의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죽어갔던 수많은 양민들은 대체 무슨 죄가 있는 것일까? 4.3의 과정 중에, 가족이 도피자가 있다는 이유로 대신 학살을 했다는 대살과 집단학살은 대체 어떤 이유로 이루어진 것일까?
만일 김익렬의 진행대로 협상이 잘 아루어 졌다면, 김익렬을 박준경으로 교체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역사 속엔 IF란 존재하지 않지만 역사의 소용돌이를 마주하다 보니 자꾸 아쉽고 자꾸만 상상을 해보게 된다.
이 참혹한 학살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이념으로 대립했던 사람들일까? 제주도를 빨갱이 없이 깨끗하게 만들겠다던 사람들일까? 하필 제주섬으로 숨어들었던 사람들일까? 남몰래 산 사람들을 돕던 일부 사람들일까? 아무 죄가 없음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던 대다수의 사람들일까? 아니면, 제주를 대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이승만 정권과 미 군정일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이념도 믿음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들을 역사적 희생양으로 삼는 사람들은 반드시 벌을 받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역사라는 잣대의 심판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무엇이 옳든 사람보다 중요하진 않을테니까 말이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