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4호 다봄 청소년 문학 톡! 2
파스칼 마레 지음, 장한라 옮김 / 다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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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쇼라는 영화가 있었다. 알고 보니 내 삶이 다 가짜이고, 만들어진 삶이며, 세트장에서 각본대로 움직이는 이웃들과 가족과 살고 있었음을 깨닫고 자신을 찾아가는 영화였다. 트루먼은 자신의 인생이 가짜의 삶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이 책은 여기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다. 가짜의 삶이어도 트루먼은 하나의 인격체, 세상 단 하나뿐인 사람이지 않았는가? <블루 4호>의 주인공은 바로 복제인간이었다. '원본'이라 불리는 누군가의 복제품이라는 것이다. 블루 4호가 복제 인간인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누군가의 복제품이며, 심지어 원본 인간의 장기 손상이나 생명을 대신하기 위해 스페어 타이어처럼 잘 보존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복제인간인줄 모르고 살던 복제인간들'이라는 주제로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서 자신의 당첨만을 기다리던 복제 인간들의 영화, 아일랜드가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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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벨상떼 구역에서 안전히 살아온 블루 4호에겐 삶이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주변의 모든 아이들도 같은 삶을 살았기에 어떤 의심도 없었다. 블루 4호에게 무나는 식사를 가져다주고 늘 세심하게 보살피는 따뜻한 존재였고, 바부는 게임으로 몸과 마음을 훈련시켜주는 존재였다. 그뿐이었다. 가족이 뭔지도 모른 채 살고 있는 아이들은 무나 와 바부에게 보호받으며 사는 삶이 전부라고 믿고 있었다.

청년 생활이 시작되며 블루 4호는 그동안 마음을 나누었던 이들과 헤어져 그리움을 느낀다. 그런 블루 4호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묻는 유일한 존재 비리앙 바부. 블루 4호는 비리앙 비부와 마음을 나누며 자신이 복제 인간이라는 것과, 바깥세상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더욱 의문이 쌓여가는 블루 4호. 

자신 또한 복제인간이며 복제인간 반대단체의 일원이라는 비리앙 바부는 블루 4호의  원본을 위한 수술이 결정되자 급히 블루 4호를 벨상떼 구역에서  탈출시켜 친구 샘에게 보내려 한다. 그러나 무사히 탈출엔 성공한 블루 4호는 소매치기 때문에 샘에게 가지도, 다시 벨상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던 블루 4호는 공관들을 피해 가용의 다 무너져가는 집에서 개와 살고 있는 소녀 알라야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진짜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블루 4호에게 알라야는 디젤처럼 구식이라고 했다. 그만큼 세상과 단절되어 삶을 살아온 것이다. 평화롭기만 했던 삶에서 언제 공관이나  원본의 수술을 진행하려는 사람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삶 속으로 던져진 블루 4호는 절박했다. 그는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였으니까... 다만 부품처럼 원본을 위해 존재하는 복제품이었으니까...

이 절망의 상황에서 블루 4호는 원본과는 다른 자신의 삶을 하나둘 주체적으로 만들어간다. 원본의 복제품이 아닌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만들어간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자신을 블루 4호의 친구라 말하는, 비리앙 바부와 알리야 그리고 벅이 함께 한다.

탄생은 복제였을지 모르나, 그는 그냥 하나의 인간이었고, 그의 원본인 필리프와는 다른 하나의 완벽한 인격체였다. 자신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이 결국 그가 복제인간이 아닌 스스로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 것이다.

 
 
만약이라는 전제를 붙이더라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 먼 미래에 정말로 일어난다면 엄청난 페혜를 가져올 것 같은 일, 복제인간.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자신의 주체성을 깨닫고 인간으로서 우리 모두가 지닌 고유함과 인간존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복제되든 아니든 우리 모두는 똑같을 수 없는 유일한 인간이며, 그 어떤 생명도 경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깊이 배울 수 있었다.

미래를 그리지만, 우리의 미래이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책. 그저 존재만으로도 의미를 지니는 삶의 이야기를 다룬 책 <블루 4호>. 이 책을 모든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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