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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을 위한 시 - BTS 노래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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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들의 노래를 좋아하지만 나는 그들의 노랫말에 관심이 있어. 아마도 내가 시를 쓰는 사람이라서 그럴 거야. (중략) 실상 나는 아는 게 많지 않아. 그렇지만 무엇인가를 느끼고 좋아하는 마음은 있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많은 사람이야. 그 사랑하고 좋아하고 느끼는 마음으로 한번 BTS, 우리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을 따라가볼까 그래. (P.7~8 프롤로그 중에서)
#BTS 의 노래엔 뭔가 다른 점이 있다. 그들의 노래가 이렇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나는 그중 가장 큰 요인으로 그들의 노랫말을 꼽는다. BTS의 노래 가사는 단어 하나하나마다 따스한 위로가 가득하다. 그 위로는 방황하고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삶에 지쳐 의지를 잃어버린 젊은이들에게, 나의 정체성을 뒤늦게 헤매고 있는 중년에게 깊고 뭉클하게 전해진다.
그들의 이 노랫말에 #나태주 시인이 이야기를 더한다. 노랫말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나태주 시인의 언어로 하나하나 곱씹어 이야기한다. 다른 이가 아닌 나태주 시인이기에 노래가 지니는 상징성을 누구보다 깊이 느끼고 공감한다. 그리고 시인다운 면모로 조금씩 말을 덧붙여 노랫말과 대화한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부터 '잠시'까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BTS의 노래들을 하나하나 글로 적어 표현한 책을 보는 느낌은 너무나 소름 돋았다. 대충 따라 불렀던 노래들의 가사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 깊은 뜻을 직접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에 덧붙여 나태주 시인은 말을 얹는다. 아니 글을 얹는다. 그만의 시선으로 노래의 가사에 흠뻑 젖어 자유로운 상징들 속에서 그 느낌을 만끽하며 즐기고 있다. 노래 가사이지만 글로 적으니 시가 느껴졌다. 하나하나 어쩜 이리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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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니까 더 보고 싶다
너희 사진을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너무 야속한 시간 나는 우리가 밉다
이젠 얼굴 한 번 보는 것조차 힘들어진 우리가
여긴 온통 겨울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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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나! 노래가, 노랫말이,
이렇게 애상적이고,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가슴 저미도록 아파도 좋은 건지. (P.137)
🌌 <소우주>
반짝이는 별빛들
깜빡이는 불 켜진 건물
우린 빛나고 있네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중략)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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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 사람이 그대로 하나의 우주라는 자각은
지극히 아름다운 자존감의 근본이 되어주지.
(중략) 나에겐 네가 밤하늘에 찬란하게
빛나는 별과 같은 사람이야. (P.253)
🌌 <Life goes on>
끝이 보이지 않아
출구가 있긴 할까
발이 떼지질 않아 않아 oh
잠시 두 눈을 감아
(중략)
늘 하던 시작과 끝 '안녕'이란 말로
오늘과 내일을 또 함께 이어보자고
멈춰있지만 어둠에 숨지 마
빛은 또 떠오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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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듯하지만 멈추지 않고 느린 듯하지만
결코 느리지 않은 것이 우리네 삶이야.
쉼 없이 흐르고 속으로는 빠른 물살을
안은 것이 강물이듯이 말이야.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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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하는 BTS의 노랫말에 나태주 시인의 재해석과 감상이 더해지니 나는 마치 시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자연스러운 대화로 들려주는 나태주 시인의 이야기는 따스하고 소소한 나와의 대화처럼 느껴졌다. 때론 호들갑스럽고 때론 시 같은 그의 감상이 정겹고 따뜻했다.
때론 인생을 살며 지치고 힘들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아파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삶이 담긴 BTS의 노랫말을 새삼 느끼고 감동을 받았다. 또, 그 노랫말을 함께 느껴주시는 나태주 시인을 만나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