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청포도 - 이육사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4
강영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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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 시인으로 알려진 이육사 시인에 대해 알고 있는가?
학창 시절 <청포도>, <광야>, <절정>을 기억하는가?

나는 항상 한국사를 좋아한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그래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 한 권을 읽으며 '내가 일제강점기에 대해 
그동안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공부를 했구나' 싶었다.
시험을 위한 공부, 외우기 위한 공부만을 했었나 보다.

 

'이육사'라는 시인을 생각했을 때 생각나는 내용이라곤
3-40년대 저항 시인으로 수많은 저항시를 지었다는 점, 
고문 끝 옥중에서 사망하셨다는 점 단지 그 뿐이었다.

수형번호 264번을 필명으로 사용해 이육사가 되었다는 점도
차디찬 감옥에서 돌아가시면서 '광야'와 '꽃'을 썼다는 점도
(이것들을 나보다 중3 큰딸이 더 잘 알고 있어 부끄러웠다.)
이육사 시인의 다섯 형제들도 모두 독립운동가였다는 점도
독립운동이 일본 유학 중 만난 아나키즘에서 시작된 점도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윤세주와 의열단 활동도
막냇동생과, 루쉰 선생, 후배 병각과 부모님 두 분까지
연이어 돌아가신 상실의 시간들이 있었단 점도 몰랐다.

 

그저 이육사의 일대기가 그려지려나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고 정숙하게 되었다.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읽고 넘기는 마음이 너무나 엄숙했고,
수많은 분들의 고뇌와 고통이 깊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이 책에는 이육사 시인의 수많은 고뇌와 의지가 담겨 있다.
또,  동시대를 살아간 또 다른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마음과
정말 간절하고도 절실한, 단 하나의 염원이 담겨 있었다.

국내에서, 또 해외에서 저마다 소중한 목숨을 걸고 활동하신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열망과 상황이 그림처럼 그려졌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그 순간까지 글자 하나하나를
허투루 읽을 수 없었고, 이육사의 시가 등장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고, 뭉클해져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우리가 이토록 편하게 누리고 있는 당연해 보이는 자유,
우리가 이토록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우리의 나라!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이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는가.

가족은 버리다시피 두고 목숨은 풍전등화처럼 내어놓고 
하루하루를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향해 살아가던 분들.
그분들의 하루하루는 얼마나 치열하고 위태로웠을까.

 
 
작가는 이 책의 대부분을 사실 위주로 쓰고자 노력했다.
이육사에 대한 수많은 공부 끝에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책을 서술했다고 한다.
수많은 검증과 그의 작품들을 찾고 해석하여 배열했으며,
일본과 중국의 체류 시절에만 상상력을 동원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혹여 잘못된 서술이 있을까 염려한 때문일까?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 보는 이육사 연보까지 싣고 있었다.
이육사의 일대기 동안 일어난 독립운동들을 함께 나열해
현대사의 흐름을 정확히 짚고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 한 권에 감히 3~40년대 민족말살정책이 펼쳐지는
가운데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중 우리가 알 고 있는 분들은
거의 다 등장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 단체들이 그의 주변에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모두에 영향을 받고 또 주는 인물이었다.
수많은 기간 수감이 되고, 말로 다 못 할 고문을 당했지만
그 고통에도 불구하고 독립에 대한 열망을 꺾기는커녕
더욱 불을 지펴 한걸음 한걸음 더 큰 걸음을 내디뎠던 
이육사.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 동시에 당국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글. 그것은 무엇일까? 얼마 전부터 원록은 이 문제에 골몰했다. 그때 원록의 가슴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P.58)
 
🔸횃불이 한 번 반짝 거려야 되겠어요? 이곳저곳에서 계속 불타올라야죠.(P.81)

🔸"부디 인민을 일깨우시오. 그렇지 않으면 그대가 원하는 조선의 독립이 와도 독립이 온 게 아닐 거요."(P.178)

🔸먹으로 쓴 거짓은 결코 피로 쓴 사실을 덮을 수 없다. (P.222)

🔸'그래,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일 거다.' 당신들이 아무리 얼어붙은 겨울로 우리를 끌고 간들, 그 안에는 여전히 무지개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니 어디 한번 꽁꽁 얼려 보고, 어디 한 번 시퍼런 칼끝으로 겨눠 봐라. 칼날 위를 스치는 무지개가 사라지는지를.(P.247)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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