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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손님 서울 ㅣ 사계절 아이와 여행
전정임 지음, 이이오 그림 / 안녕로빈 / 2022년 1월
평점 :
서울에서 태어나 30년을 살았던 저는 흔히 말하는 서울 토박이였어요. 한 번도 서울을 떠난 적이 없고,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을 다니고 서울 한복판 소공동에 있는 회사를 다녔죠. 그런데 그간 서울에서 너무 당연하게 살았나 봅니다. 혹은 작가님의 표현대로 소소하게 살아서인가 봐요. 책을 보며 30년간 한 번도 안 가본 곳들이 많더라고요.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살다 보니 이곳저곳 다녀볼 생각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당연했던 서울을 떠나온 지 벌써 15년이 흘렀어요. 여전히 친정집도 동생네도 서울에 있지만, 남편 직업상 저는 지방에 살게 되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모두 서울에서 자란 적이 없어요. 그나마 큰애가 어릴 땐 가까운 인천에 살아서 서울에 자주 놀러 갈 수 있었는데, 충청지방으로 내려오니 아이들과 함께 서울 둘러보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아이들이 어려 더 힘들기도 했고요. 그래도 주기적으로 일부러 올라가 서울 곳곳을 둘러보고 대표적인 곳들은 다녀보려 노력해왔답니다. 코로나19가 지금처럼 기세등등해지기 전까진 말이죠.
이 책은 서울의 북촌 '양이 호텔'에서 임시 직원으로 일하게 된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민경'과 양이 호텔에 머물게 된 손님인, 소심하고 수줍음 많은 '리니'가 서울의 곳곳을 여행하게 되며 겪는 일들을 이야기로 담았어요. 성격도 생각도 음식을 먹는 방법도,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친구가 서울 여행을 통해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며 서로를 좀 더 진심으로 이해하고 멋진 추억과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랍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12월 27일부터 1월 1일까지 경복궁, 북촌, 전망대, 국회의사당, 배재학당 역사문화관, 놀이공원, 시청 앞, 종각, 아차산 등 을 함께 다니며 여행을 하게 되는데요. 특히 저에게 추억을 다시 가져다준 반가운 이야기는 바로 북촌 이야기였어요.
지금은 예비 고1인 큰딸이 6살이던 10년 전, 대학 친구들과 북촌나들이를 간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엔 저도 친구들도 모두 서울과 근교에 살았는지라 뜨거운 여름날이지만 호기롭게 북촌을 여행했었어요. 당시 저도 큰아이를 데리고 갔고, 다른 친구도 큰아이를 데리고 뱃속에 임신중일 때 만났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그 더운 여름 걷고 다녔던 건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답니다.
북촌 구석구석을 누비며 북촌 8경을 찾아, 더우면 그냥 길가에 주저앉아 목도 축여가며 걷고 또 걸었는데요. 그때 보이던 그 북촌 골목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어요. 개성 있고 예쁜 가게들, 작은 갤러리들, 비슷해 보이던 한옥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날 그렇게 열심히 걷고 찾아들어간 곳의 음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행복까지 오롯이 떠올랐답니다. 읽는 동안 저는 저만의 추억여행을 다녀왔네요.
경복궁과 종각의 이야기도 추억이 마구 떠올랐어요. 당시 9,6,3살이던 아이들과 경복궁 일대를 여행했거든요. 호기롭게 유모차를 밀고 경복궁을 모두 돌아본 뒤 청계천을 지나 쭉쭉 걸어 종각에 도착했을 때, 6살 아들이 종각 앞에 정말 드러누웠답니다. 더는 못 걷겠다고요. 아직도 제 사진첩에 그날 종각 앞에서 주저앉아버린 아들의 사진이 있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더 걸어서 명동까지 가서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지요.(어쩌면 정말 힘들게 걸어서 꿀맛이었겠죠?) 이렇듯 이 책은 추억이 있는 곳의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가보지 못한 곳의 이야기는 또 그것대로 호기심과 재미를 찾게 되는 매력적인 책이랍니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민경이와 리니가 여행하는 서울의 곳곳이 등장합니다.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서울의 명소들도 흥미롭고, 두 아이가 다양한 존재들인 조각상, 그림, 동물 등과 나누는 대화도 정말 재미있어요. 또 두 아이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중간중간 그 장소와 관련된 서울의 명소와 여행지, 역사적 정보들을 함께 자세하게 소개해 주고 있어서 꼭 읽어보게 되더라고요. 분명 동화책을 읽고 있지만 서울 곳곳을 저도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 재미있는 '여행안내 동화' 였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꼭 한번 서울로 이 책을 꼭 들고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네요. 아이들과 또다른 추억을 만들러 말이죠.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