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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ㅣ 세계 작가 그림책 22
모옌 지음, 리이팅 그림, 류희정 옮김 / 다림 / 2021년 9월
평점 :
오늘은 종일 제법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불더군요.
눈발도 살짝 날리고, 휘휘 바람 소리에 조금은 무서웠어요.
이렇게 소리만 들어도, 잠시만 만나도 무서운 바람.
오늘은 제가 만난 바람보다 더 거세고 무시무시한
< 돌풍 >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겠습니다.
📖
'싱얼'은 방학이 시작되자 고향을 향합니다.
자신을 아버지처럼 돌봐주신 할아버지가 얼마 전
돌아가셨다는 편지를 받은 싱얼은 마음이 무거웠어요.
누구보다 깔끔하고 열심히 일하며 성실했던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농사일을 돌보셨고
싱얼과의 추억이 있는 풀 한 포기를 챙겨오셨지요.
그 풀은 할아버지와 일곱 살이던 싱어 단둘만이 아는
돌풍이 불던 어느 날의 추억이 어린, 풀 이었어요.
그날 싱얼은 처음 할아버지를 따라 습지에 갔어요.
할아버지가 건초로 쓸 풀을 베고 정리하는 사이
싱얼은 풀도 베고, 메뚜기도 잡으러 다녔답니다.
그러다 날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급히 돌아가게 되지요.
할아버지는 강한 바람 속에서 아무 표정도 없이 담담하게
힘을 주어 수레를 잡고 아무 말 없이 버틸 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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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할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할아버지는 천천히 수레를 내려놓으시고 힘겹게 허리를 펴셨다.
굽어서 곧게 펴지지 않는 할아버지의 손가락이 보였다.
수레에 있던 모든 풀이 돌풍과 함께 날아가 버려요.
단 한 가닥 수레 틈에 낀 풀만 남아 싱얼의 손에 쥐어지죠.
그리곤 싱얼은 그 풀을 강둑 아래 노을 속으로 휙 던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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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에게도 두려움의 순간은 늘 찾아옵니다.
인생의 곡절은 젊은이에게도 나이 든 노인에게도 찾아오지요.
아무리 경험이 많은 사람도 강한 바람 앞에서는 두렵습니다.
아무리 두려울 것 없는 부모도 거센 바람 앞에서는 무섭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소중한 싱얼을 위해 버팁니다.
아버지가 없는 싱얼을 위해 늘 지켜주시던 할아버지니까요.
두렵고 무서웠지만, 아이를 더욱 든든히 지키고자 합니다.
그 바람이 다 지나고 나서야 눈물이 그렁그렁,
두려웠음을, 그러나 싱얼을 위해 버티고 버틴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어요.
고단한 하루였지만, 할아버지는 풀보다 소중한 존재,
싱얼을 지켰어요. 풀은 잃었지만 싱얼은 잃지 않았지요.
풀이야 다시 베면 그만, 풀이야 다시 구하면 그만이죠.
인생은 이와 같습니다. 갑자기 다가오는 돌풍에,
미리 대비를 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요.
이런 순간순간에 당황하며 모든 것을 잃을 것이냐.
가장 중요한 삶의 무게를 잘 정해 지켜낼 것이냐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정해질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다시 간 강둑에서 발견한 그 풀을
싱어에게 여러 의미로 전해주고 싶으셨을 거예요.
그렇게 싱얼에게 풀은 고난을 이겨내는 표식이 되고,
싱얼을 응원하는 할아버지의 진심 어린 마음이 되고,
앞으로 헤쳐나갈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줄 겁니다.
<패왕별희><붉은 수수밭> 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중국인인 거장 모엔과
대만의 일러스트레이터 리이팅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그림책이자 참 의미 있는 그림책 < 돌풍 >.
가슴을 파고드는 뭉클함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통찰력이
함께 공존하기에 깊이가 있고 여운이 긴 그림책입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모옌의 첫 번째 그림책.
바로 다림 출판사의 그림책 < 돌풍 > 이었습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