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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박작가의 환상적인 생활
박재현 지음 / 인도어키즈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린이 작가의 책이라기에 과연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들여다보았다가 깜짝 놀라버린 책!
✔아이스럽게 귀엽고 개구진 캐릭터 그림만 가득하려나?
하는 마음으로 슥슥~ 넘겨보다 문장력에 감탄하게 되는 책!
작가인 박재현 어린이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또다시 충격!) 이미 직접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린 '티티의 모험'이라는 책을 내었고, 이 책은 초등학교 3학년 동안의 일기를 묶어 낸 책이란다.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실화 75% 상상 25%를 조리 있게 섞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집에서 지냈고, 딱히 쓸 이야기들이 많지 않다 보니 특이한 방식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점점 재미가 붙으며 이렇게 책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어린이 박 작가의 환상적인 생활>은 말 그대로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책이다. 오로지 박재현 어린이가 쓰고 그린 그대로의 생생함을 살린 책이랄까. 수정도 거의 없이 박재현 작가의 위트를 그대로 담아 더욱 좋은 책이다. 박 작가의 말만 읽어보아도 얼마나 대단한 문장력과 재치의 소유자인지 느껴질 정도였다.
책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박 작가의 가족뿐 아니라, 가족들의 부케들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또 'J 유니버스'로 명명된 상상 속의 주인공인 창조된 캐릭터들까지 등장하여 일기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일상은 일상대로, 생각의 깊이와 진지함을 그대로 담고 있을 때도 있고, 아이스러운 면이 보일 때도 있다. 그러면서 또 때때로 이야기의 꾸밈새는 꾸밈새대로 어쩜 이렇게 재미있고 맛깔나게 글을 쓰는지 기특과 대견을 넘어 대단하게 느껴졌다.
작가의 표현력은 다양한 일기의 형식에서도 드러났다. 때론 만화 컷으로, 때론 진지하고 길고 긴 문장으로, 또 동시로 나타나기도 한다. 선생님과 주고받은 편지글을 그대로 옮길 때도 있고, 영어 문장을 적어놓기도 하고, 숨은 그림 찾기가 숨어있기도 하다.
아! 이 친구의 매력은 어디까지인 걸까!!? 2편도 만만치 않을걸!?이라는 마지막 멘트를 보니 후속편이 또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또 다른 기대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얼마나 또 성장하고 변화하고 업그레이드되어갈까? 벌써부터 궁금증이 샘솟는다.
이 책을 읽고 난 우리 집 셋째 딸의 반응도 사뭇 놀라웠다. 자기도 3학년인데, 이제 책을 써봐도 될 것 같다나? 이 오빠처럼 나도 글을 자꾸 쓰다 보면 멋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갑자기 워드 프로그램에 창작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은 보여 줄 수 없다며 비공개하고 있지만 벌써 5페이지째 쓰고 있는 걸 보면 진지하게 써 내려가는 중인 것 같다. 그림책 작가도 되고 싶고, 화가도 되고 싶고, 선생님도 되고 싶다던 막둥이 꿈에 살짝 불이 지펴진 느낌이다.
일기를 그날의 일들로 빽빽히 채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아이 스스로 읽으며 깨닫게 된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어본 아이라면, '오늘 나는 _____를 했다(갔다)'로 시작해 하루 일상을 주룩주룩 식상하게 늘어놓는 일보다 훨씬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창작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일기를 어려워하고 낯설어 하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동기를 선사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기 쓰기를 힘들어하거나, 일기 쓰기를 지겨워하거나, "일기는 억지로 해야 되는 글짓기 숙제 아니에요?"라고 묻는 초등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꼭 한 권 선물해 주고 싶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