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연 일기 : 데번우드의 비밀
조 브라운 지음, 정은석 옮김 / 블랙피쉬 / 2021년 11월
평점 :
영국 아마존 평점 5.0 자연 에세이 분야 베스트 셀러!
"자연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밀 이야기.
전 세계 자연 애호가가 반한 89가지 자연 그림 기록."
바로,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조 브라운의 책이다.
작가는 자신의 집 정원과 근처의 숲에서 발견한 다양한 곤충, 조류, 파충류, 양서류, 버섯, 식물 등을 직접 관찰하여 순서대로 기록하고 그림으로 그렸다. 그리곤 이를 '자연일기 : 데번 우드의 비밀 '이라는 삽화 그림책으로 출간했다. 자연의 기록이자, 자신의 기록이다.
나는 어쩐지 자연일기 속 세밀화 그림들이 다른 세밀화보다 좀 더 생동감 있고, 에너지가 느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 주변에도 있을 법한 존재들인 것 같아, 하나하나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나는 책을 보고 정말 홀딱 반해버렸다. 어떤 책일까 하며 보다가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끝까지 모두 넘겨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자연을 이렇게 세밀하고 생생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모든 삽화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며 그린 그림이며, 책에 나오는 모든 좌표는 바로 작가가 사진을 찍은 장소라고 한다. 백과사전 속 존재를 그린 것이 아니라, 조 브라운 곁에 있는 존재들을 그림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작가는 서두르지 않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페이지를 채워갔다. 그림뿐 아니라 정성을 담아 내용도 차곡차곡 채워 넣었다. 한 장 한장 그림들이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다.
저자의 책 속 표현대로 "모든 하루는 경이롭다"라는 말이 책을 보는 내내 맘속에서 맴돌 정도로 모두가 존재만으로도 참 아름다웠다. 보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느낌, 마음을 치유해 주는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2018년 4월 20일의 에퀴세툼 텔마테이아부터 2020년 5월 24일의 이름 미정인 거미의 기생균까지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담아나갔다. 하나하나 번호를 붙이고 날짜를 기록해나간다. 자신이 발견한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그 감정까지 그림에 옮긴 느낌이다.
책 속에는 풀꽃도, 균류도, 새도, 도마뱀도. 나비도, 개구리도, 버섯도 있다. 위대한 자연의 섬세함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옮기고, 그만의 차분한 설명까지 곁들여 정말이지 하나의 거대한 '자연 기록'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이름이 '자연일기'가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자연일기 속 존재들은 한정된 지역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래서 작은 범위에만 존재하는 소소한 기록 일지 모른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니 내가 존재하는 이 세계야말로 참으로 거대한 나의 세상이다. 그러므로 이 자연 일기는 작가 자신에게 거대한 기록이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작아 눈에 띄지 않았을 존재까지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여유를 가지고 살펴볼 수 있다면, 이 작은 세계는 더 이상 작은 세계가 아닌 것이다. 위대하고 거대한 나의 세상을 적은 기록이 될 것이다.
지금의 나도 너무 큰 세상만 바라보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 브라운처럼 멋진 그림은 그릴 수 없어도, 내 주변의 작고 소중한 것들을 좀 더 여유로운 시선을 하나하나 눈 맞춤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너무 작아 존재를 몰랐을지도 모르는 나를 둘러싼 나의 세상 속 여러 존재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기록하는 기분을 나도 느껴보고 싶어졌다.
조 브라운이 그린 그를 둘러싼 세상은 직접 볼 수 없지만, 지금 나를 둘러싼 나의 세상은 얼마든지 볼 수 있고, 언제든지 볼 수 있으며, 무엇이든 마주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내일부터 펜과 책을 들고 책 뒤편 공간에 나의 세상을 적어봐야겠다. 내 주변엔 어떤 존재들이 있는지 직접 하나하나 만나 눈을 맞춰볼 생각이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