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바람이 불었어 양철북 청소년문학 1
마리아 바사르트 지음, 김정하 옮김 / 양철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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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술을 마시는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면 늘 아내와 딸들에게 가정 폭력을 퍼붓곤 했다. 때문에 엄마의 온몸과 얼굴에는 온통 멍과 상처뿐이었다. 이런 엄마를 바라보는 것조차 괴로워 시선을 피하곤 하던 '아나'는 불행했다.

어린 동생 '카르멘'과 달리 학교마저 탈출구가 아닌 '아나'에겐 학교 역시 괴로운 곳일 뿐이었다. 게다가 교실의 그 누구도 아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했다. 고통에서 시작해 고통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아나'였다.
 
 

아나가 작은 빛을 발견한 것은 그날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처음 마음을 나누었던 유일한 존재인 ' 루이스'의 공방을 찾았고, 뜻밖에도 루이스에게 자물쇠 대신 작은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집을 떠나고 싶은 아나에게 이모 집이라는 대안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아나는 잠시나마 희망에 흠뻑 취했다.

그러나 이렇게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 아나가 마주친 것은 또다시 취해 공격하는 아버지와, 도움을 청하는 다급한 엄마의 목소리였다. 그렇게 아버지는 아나에게도 욕설을 퍼붓고 소리를 친다. 그리고 모든 것이 희미한 그 순간 아나는 그를 찔렀다. 바닥에 붉은빛이 번쩍였다.

아나는 고작 열다섯이었다. 동생 카르멘은 더 어렸다. 누가 이 아이들을 고통으로 빠뜨릴 권리를 가졌는가? 아버지란 이름으로 이 아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아이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통받아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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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절반은 아나의 보호소에서의 이야기로, 나머지 반은 이모의 집에서 조금씩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특히 사건 이후 보호소에서의 하루하루 일기들을 읽다 보면, 그저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아나의 고통과 상처들이 나의 뼈끝까지 전해질 정도로, 아나는 매우 불안하고 고통스럽고 위태로웠다. 아나의 아픔과 고통이 글자 하나하나에서 저릿하게 다가왔다.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휩싸였던 그녀가 이모의 집에서 조금씩 일상을 회복한다. 세상을 향해, 자신을 향해 발걸음을 천천히 내디뎠다. 새로운 가족, 친구들, 만남이 아나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게 한다. 그녀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하느님! 모든 것이 이대로만 가게 해 주세요! (P.83) 
 
그러면서도 내면 깊숙한 곳에서 그녀를 붙잡고 흔들어놓는 기억이 항상 함께 했다. 하지만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고통을 딛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어쩌면 여기에 내가 찾던 새로운 운명이 있을지도 모른다. (P.95)

 

그런 아나의 마음을 조심스레 두드리는 '미겔'. 미겔은 조금씩 아나의 마음속에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나는 마음과 달리 좀처럼 자신의 마음을 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벗어나려 발버둥 친다. 

그러나 어느 날, 고통이 다시 한번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소름 끼치는 사실이 아나 자매에게 다가온다. 정말 금방 다시 시작될 것만 같았다. 그런 아나에게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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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아픔이 전해지는 전반부에서는 숨을 고르며 읽어야 할 정도로 화가 나고 고통스러웠다. 너무나 불안해 보이는 아나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 아나의 그 행동에  편을 들어줄 순 없지만 비난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너무 고통스러워 보였다.

누가 그의 아버지에게 폭력을 행사할 권리를 주었는가.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화풀이 상대로 대하는 아버지는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니다. 자녀의 삶을 통째로 우그러뜨린 아버지는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니었다.
 
이 책은 마드리드에서 실제로 겪었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너무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곤 지구 반대편 그곳에서 실제로 이 일을 겪었던 '아나'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졌다. 삶을 짓밟아버린 아버지였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걸어 잠근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기를 통해 조금씩 자신의 삶을 마주 보고, 과거에 대해 당당히 마주 서려는 아나에게 따스한 바람이 불기를 바란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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