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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형사들 - 사라진 기와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승자들에게 유리하게 기록되어 왔다. 대립각을 세우는 진영은 지금뿐 아니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리고 그 둘의 대립은 때론 바른 정치로 이끌기도 하고,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훈구파와 사림파가 그러했고, 동인과 서인이 예송논쟁과 환국을 거칠 때에도, 노론과 소론이 대립할 때도 그러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자신들에 유리한 시각으로 역사를 기록하곤 했다. 그래서 역사적 기록은 승자에 유리하게 적힌다. 우리가 역사적 기록을 해석할 때 보다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를 알면서도 역사적 사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엄청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몇 줄로 적힌 역사적 기록을 통한 추측은 얼마나 많은 상상들을 '그럴싸하게' 만드는지 말이다.
나는 사극을 좋아한다. 사극이 좋아서 공부를 하다 한능검 자격증도 취득했을 정도로 사극을 좋아한다. 나는 정통 사극뿐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 픽션 사극도 참 좋아한다. 그리고 같은 의미로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도 참 좋다. 이미 끝이 정해져 있고 '역사가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는 역사의 작은 한 조각을 발판 삼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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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조선의 형사들 : 사라진 기와>도 같은 결을 지닌다. 우포청과 좌포청이 생긴 이래 한 번도 사이가 좋은 적이 없던 그때, 좌포청 군관 이종원과 우포청 군관 육중창이라는 실존 인물과 '실록'과 '추안급국안' 등의 기록을 토대로 한 창작이기 때문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홍국영 또한 실존 인물이며, 정약용도 실제로 곡산 부사와 형조참의로 있으면서 미제 사건들을 많이 해결했고 관련 내용이 '흠흠신서'에 잘 나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실제의 이야기를 책 속 이야기 속에서 찾아보고, 공부해 보는 재미. 이것이야말로 역사소설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픽션이 더해진 역사 이야기가 지니는 의미는 재미뿐 아니라 진실과의 비교에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일까 <소설 속 이야기 팩트 체크>라는 제목으로 작가님이 친절하게 적어주신 '스포 아닌 스포'가 더욱더 짜릿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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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가 재위하던 시절, 사도세자의 어머니이자 정조의 할머니인 영빈 마마의 위폐를 모셔둔 의열당의 기와가 육십 장이나 사라졌다. 살다 살다 처음 겪는 이 일에 좌포청의 군관 이종원과, 우포청의 군관 육중창! 좌우 포도청이 이 힘을 합쳐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처음 만났을 때 서로를 오해했던 것도 잠시,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다른 만큼 합이 잘 맞는 환상의 케미를 보여준다. 둘은 최선을 다해 사건을 파헤친다.
그렇게 해결되는 듯했던 기와 사건! 그러나 그 아래에 더 큰 음모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돈의문 성벽에서 한 20대 여인의 수상한 시신이 발견되고 마는데....
✔시신 사건은 대체 어떤 이유로 벌어진 것일까?
✔기와 도난 사건의 커다란 흑막은 과연 무엇일까?
✔과연 이종원과 육중창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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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예상을 벗어나는 재미를 아주 제대로 느낀 소설이었다. 팩션 전문가 정명섭 작가님의 소설이라 역시 탄탄하고 정말 흥미로웠다. 역사 이야기는 역사 이야기대로, 팩션이 주는 재미는 재미대로 정말 탄탄하게 이가 맞춰진 느낌이었다.
수사기법이 지금과는 많이 다르면서도 참 닮아 있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CCTV 나 과학적 증거 하나 없는 조선 후기이지만, 누구보다 섬세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추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또 조선 후기의 시대상과 문화적 특징들도 엿볼 수 있어 그 재미를 더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한자리에서 단숨에 읽었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는 매력적인 책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멋진 역사소설을 만난 참 기쁜 시간이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