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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쓸어 빗자루 ㅣ 꿈터 어린이 34
최혜진 지음, 정경아 그림 / 꿈터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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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년 동안 빗자루를 만들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티나 할머니는 할아버지 작업실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반 년 만에 들어간 작업실에서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써두었던 사랑을 담은 편지와 잘 만들어진 싸리 빗자루 하나를 발견합니다.
빗자루를 개시하러 집 앞에 나간 할머니. 그런데 어쩐 일인지 쓰레기가 빗자루 끝에 닿자마자 '뿅' 하고 사라졌어요. 그때 마침 할머니의 집 앞을 지나던 남자아이가 과자봉지를 땅바닥에 스스럼없이 버렸고, 할머니의 훈계에도 아이는 보란 듯이 삼각김밥 봉지마저 바닥에 버리죠. 화가 난 티나 할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그 쓰레기를 쓸자 이번에도 쓰레가 '뿅' 사라지더니 남자아이 양손에 턱 저절로 붙어버리지 뭐예요. 남자아이가 쓰레기를 바르게 버릴 때까지 계속해서 말이에요.
어느 날 빗자루를 들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온 할머니는 그만 강아지똥을 밟고 말아요. 강아지 포포와 산책을 나왔다 포포가 응가를 하자 배변봉투에 야무지게 치우던 초아에게 할머니는 배변봉투를 하나 얻게 되었고 할머니 신발에 있던 강아지똥을 치울 수 있었죠. 그러다 빗자루가 배변봉투에 걸려 찢어졌고 그 순간 똥이 사라지며 봉투도 할머니 신발도 말끔히 깨끗해졌어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할머니는 또 누구를 만나 쓰레기를 자리로 돌려 놓게 될까요?
그리고 할머니와 빗자루가 하고 있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의심스러운 한 사람이 있었답니다. 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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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게 나선 산책길에서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바로 길에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쓰레기들을 볼 때죠. 그 쓰레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는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저 물건을 산 사람도 처음엔 기쁘고 행복한 마음이었겠지? 그런데 왜 길에 아무렇지도 않게 버렸을까? 버릴 때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저 물건이 생각을 하고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마음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저희가 살고 있는 세종시는 원래 쓰레기통이 없는 도시로 계획되었어요. 5무 도시라 하여 전봇대, 입간판, 콘크리트 담장, 노상주차 그리고 쓰레기통이 없는 도시를 만들기로 한 거죠. 그런데 쓰레기통을 없애면 깨끗해질 것 같았던 도시가 몇 년 동안 쓰레기로 몸살을 앓게 되었고, 결국 5무 도시를 포기하고 BRT 정류장에 쓰레기통을 만들었다는 씁쓸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사실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방법은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내가 가지고 나온 쓰레기는 내가 직접 가지고 집으로 가거나,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거든요. 이 쉬운 원칙이 왜 이렇게 잘 지켜지지 않는 걸까요? 공공장소에서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원칙을 왜 어른들은 지키지 못할까요?
바로 '나 하나쯤이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버렸으니까.'라는 마음들 때문이랍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마음 하나에서 시작된 쓰레기들은 하나에서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며 결국 여럿이 됩니다. 여럿이 된 마음은 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도 버렸으니까'라는 나쁜 마음을 불러일으키지요.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작은 행동이 길에 가득해진 쓰레기들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세상에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다고 하지요? 슬프고 짜증 나는 일보다 행복한 일이 더욱 많고요. 내 작은 행동도 때론 쓰레기가 가득한 도시로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반짝반짝 빛나는 하루를 선물해 줄 수도 있어요. 어때요? 쓰레기를 만드는 하루보다는 반짝이는 하루를 선물해 주는 일이 훨씬 근사하지 않나요?
'나 하나쯤이야'.'보다는 '나 하나부터'가 나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더 멋진 하루를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모든 쓰레기를 주인에게 제자리로 돌려놓는 마법 빗자루는 없더라도, 모든 쓰레기를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나 하나부터'라는 마음은 모두가 언제나 지닐 수 있을 테니까요.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