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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도대체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9월
평점 :
시골의 나즈막한 오래된 사택아파트에 살던 시절. 매일 일상을 함께하던 친한 친구가 있었다. 유난히 마음이 따뜻한 친구는 하나둘 동네를 떠돌던 많은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다가 정이 들었고, 결국 1층이던 집 아래 고양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 친구가 주던 밥을 먹던 녀석들 중 유독 약하고 걱정되던 '나비'. 동네친구들은 나비를 친구네 고양이로 여겼다. 그리고 아마 고양이도 그랬나보다. 기절하게끔 어디선가 무얼 물어다 그 친구네 집앞에 두곤 했다.
결국 친구는 나비를 집으로 결국 집으로 들였다. 천천히 천천히 그 친구의 가족이 되었다. 고양이만큼은 집에선 안된다던 남편도 가족들도 모두 나비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천천히 마음을 나누며 저절로 서로에게 물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친구가 무척 생각났다. 그 동네를 떠나온지 몇년이 지난 지금도 나비는 친구네 그때 그집에서 잘 지낸다. 사실 내일이 마침 친구가 그 사택을 떠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는 날이다. 요즘도 밖에 나가고 싶으면 현관에 앉아 있어 내보내주면, 놀다 또 문앞에서 기다린다던 나비. 나비가 처음으로 이사를 간다. 나비가 이 새로운 집에서는 어찌 적응을 할지, 잘 지낼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이다.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이번에도 나비에게 잘 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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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쌓아두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딱히 희망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 처지라는 걸 떠올릴 때마다 의기소침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들을 돌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였죠. '적어도 이 세상에서 고양이 몇 마리는 나를 좋은 사람이라 기억한 채 세상을 뜨겠지. 그것으로 됐다.' 저에겐 그 사실이 정말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P.114)
고깃국을 끓이다 창문너머로 냄새를 맡고 찾아왔던 고양이 한 마리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어 고기를 떼어주고 조금씩 챙겨주던 것이 시작이었다. 남은 삶에 반려동물은 태수(강아지)가 마지막이라고 다짐했던 작가는 우연히 고양이를 챙기던 것이 시작이 되어,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고양이들을 돌보는 캣맘이 되고, 결국 두 마리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가 되었다.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지만, 외면할 수 없었다. 적어도 작가에겐 그랬다.
넉넉하지 않았다. 상황이 형편없던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고양이들을 만나 돌보다 보면 위안을 받았다. 마치 눈빛으로 대화하듯 서로 걱정해 주었고 위로를 받았다. 사랑을 베풀었고, 그만큼 마음을 나누었다. 한두 마리 고양이를 챙기다 보니 동네 고양이들이 모두 눈에 들어오고 그들의 스토리를 오롯이 느끼며 작가는 진심으로 고양이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에 담게 되었다.
"누군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건 말려들기 시작했다는 것" 결국 그렇게 꼬맹이와 못난이 아니 장군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태수와 꼬맹이, 장군이 그리고 작가 도대체는 가족이 되었다. 정말 어쩌다 보니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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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아, 행복해라, 알았지? 이왕이면 행복해야지. 그냥 살아도 되는데, 이왕이면 행복하게 사는 게 좋지."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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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나길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니듯, 개도 고양이도 그럴 것입니다. 태어나 보니 개였고, 태어나보니 고양이였을 테죠. 그러고는 다짜고짜 개로서, 고양이로서 살아가야 했을 것입니다.이 친구들이 세상을 뜨면서 '한 세상 개로 살아보니 괜찮았다','고양이로 사는 것도 괜찮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중략) 태어났으니까, 이왕이면 행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P.232)
작가가 동네의 고양이들을 하나하나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들이 너무 생생했다. 너무 따스하고 감동적이다. 그로 인해 힘을 내는 작가의 모습도 흐뭇하다. 얼마나 노력을 하고 진심으로 마음을 전했는지, 챙겼는지 글 속에 가득 보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가족, 작가와 태수, 그리고 꼬맹이와 장군이가 지금처럼 늘 행복하길 흐뭇하고 자그마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