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가 싫은 날 높새바람 52
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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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마다 엄마와 새봄 시장에 가는 진주. 어느 날부터 엄마는 감자 한 봉지 값만을 치른 채 진주에게 감자 한 봉지를, 자신도 감자 한봉지를 들고는 모르는 척 시장을 나온다. 어쩔줄을 모르고 되돌리지 못한 채 그대로 집으로 온 진주는 복잡한 마음의 깊이만큼 절대로 감자를 먹고 싶지 않았다.

한번에 그칠것 같던 이 감자 서리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진주는 혼란스러워진다.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지, 야채가게 아저씨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지... 엄마는 진주에게 이렇다할 설명도 없었다. 속 깊고 착한 아이 진주의 마음은 그래서 더 복잡하고 더 무거웠다. 그저 논술학원 마음 톡톡 게시판에 불편한 마음을 작게 적어 둘뿐이었다.

사실 진주네 집은 요즘 살얼음판이다. 진주의 엄마는 일을 그만두었고, 아빠는 일하는 회사 사장이 월급 몇달치를 주지 않고 도망을 갔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진주는 엄마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철없이 구는 언니도 이해되지 않았다. 다들 대체 왜?



🔖내가 힘든 건 아무도 안 알아준다. 속상하고 억울하다. 그냥 언니처럼 투정도 부리고 반항도 해볼까? 하지만 그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다. 내 마음속 시소는 고장이라도 난 건지 내 쪽으로는 기울어지지 않았다. (P.54)

🔖 '내가 감자 한 봉지를 더 들고 가면 우리는 생활비를 줄일 수 있어. 그러면 엄마 아빠는 덜 힘들거야. 어차피 아저씨도 모르는 것 같은데 이거 한 봉지쯤..' (P.60)

엄마에게 화를 내고 싶었다. 비닐봉지를 뚷을 듯 울룩불룩 튀어나온 감자처럼 화가 났다. 진주가 가장 힘든 건, 시장에서의 자신의 행동이었다. 왜 그 봉지를 스스로 내려놓지 않았는지...



🔖'은진주, 너 정말 괜찮니?' 나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살고 있는 진주는 대답해 주지 않았다.(P.62)

아빠의 월급을 떼어먹고 간 사장을 찾는 일은 잘되지 않았다.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언니와 진주는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다.

🔖- 언니는 왜 언니 생각만 해?
-'내 생각을 내가 안 해주면 누가 해주니?' (P.82)

언니가 보낸 답장 속 말은 진주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엄마와 함께 오늘도 새봄 시장에 간 진주. 오늘도 엄마는 같은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드디어 들키고 만다. 그 순간 굵은 눈물이 흘러 진주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리고 진주는 그 순간 마음속 아주 작은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아니야!" 진주는 들고 있던 감자 봉지를 있는 힘껏 내던졌다. 처음으로 마음속 시소가 진주에게로 기울었다.

🔖 엄마도 울고 있었다. 엄마 심장이 빠르게 쿵쿵 뛰었다. 엄마의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니 그동안 마음에 꽁꽁 뭉쳐져 있던 차가운 눈덩이가 천천히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P.116)

엄마는 자신의 잘못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현실에 치여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듯.. 너무 안타까웠다.

🔖"돌려놓으면 괜찮은 걸까요? 그럼 잘못한 게 없어져요?"
"음, 잘못을 돌려놓는 건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그걸 다 했다면 최소한 용서받은 자격은 생기지 않을까?" (P.128)



이제 진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되돌리기를 시작한다. 엄마는 진주에게 사과를 했다. 감자로 인해 진주는 마음의 폭풍을 겪었지만 그로 인해 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은 더 깊이 알게 되었고, 성장도 하였다. 아빠는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철없어 보이던 언니도 겉보기와 달리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언니도 아마 나처럼 힘들었던 걸까? 우린 서로 다르지만 가족이니까. 같은 마음, 다른 방식으로 지내 오고 있었던 건 아닐까? (P.132)

결국은 치유도 가족의 몫이다. 폭풍 같은 시간 그 안에서 서로를 다시 한번 격려하고 고마움을 전하게 되었다. 자신을 위한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곤 했던 진주는 이제 조금은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 듯 했다. 참 다행이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직접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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