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 -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읽는 교실 동화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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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향마을 탁샘네 6학년 교실은 개성 넘치는 아이들로 와글와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아이들 하나하나 저마다의 사연과 개성이 가득한 교실. 그 안에는 울고 웃으며 쌓여가는 아이들의 생각이 있었고, 아름답게 성장하는 과정이 있었고, 선생님의 따스한 마음이 있었다.

하나하나 아이들의 사연이 너무나 뭉클하고 감동적이었고, 때론 깔깔 웃으며 볼 만큼 유쾌했다. 잘못된 일을 저지른 아이를 바꾸기 위해 회의를 통해 벌을 주거나, 벌칙을 정하는 민주적인 아이들. 심지어 때론 이건 아닌데 싶은 회의 결과에도 선생님은 믿고 따라준다. 직접 경험하고 깨닫는 과정을 아이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들이 힘을 합쳐 큰일을 해결해가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안도의 마음과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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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쯤 되면 사실 아이들은 청소년이다. 우리 집 6학년 아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절대로 어리지 않다. 생각의 힘도 깊고, 이성적인 사고도 가능한 나이다. 청소년은 어린이와는 다르다. 이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무언가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는 존재다. 이것이 초등 고학년 교실에서 민주적인 운영이 꼭 필요한 이유다.

6학년 우리집 아들녀석네 반도 참 재미있게 운영된다. 우리 반은 6-나래 민주공화국이다. 반에는 헌법과 질서법, 형사법, 환경법, 금융법, 교육법, 교통법이 존재한다. 모두들 직업을 지니고 월급을 받고 1달마다 직업이 바뀐다. 점수로 된 학급 머니가 있어, 월급을 받고 은행의 통장에 기록이 된다. 그 학급 머니로 예금을 하고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가 달라지고, 세금을 내고, 규칙에 따라 벌금도 낸다. 아이들은 스스로 규칙을 지킨다. 직업에 따라 월급이 다르고 궂은일을 하는 아이는 월급이 제일 많다. 아이들은 충분히 잘 운영해 나가고, 규칙을 스스로 정한 우리 반은 아주 원활히 흘러간다. 아이들은 작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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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샘, 아니 배추 선생님네 교실도 정말 재미있었다. 배추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었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생각을 존중하고 마음대로 고치거나 묵살하거나, 어른들의 생각으로 바꾸려 하지 않았다. 만일 잘못되더라도 아이들이 경험으로 충분히 깨달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은 늘 열띤 토론을 했고, 결론도 스스로 도출했다. 시행착오가 생기면 다시 모여 회의를 했고, 수정도 모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가며 작은 사회인 교실을 만들어갔다.

핑크 신발이 싫어 마음대로 수성물감을 칠했다가 급식실 바닥에 물감 자국을 잔뜩 낸 아이에게, 선생님은 혼을 내거나 수성물감에 대해 가르쳐주기 보다, 직접 과정을 깨달아가도록, 지워지지 않는 물감을 가만히 건네주었다. 이 아이는 졸업식 무대에서 "앞으로 저는 검은 발자국이 아닌, 아름다운 발자국을 남기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당당히 얘기했다.

조용히 이런저런 꽃나무에 새로운 이름을 아이들과 붙여줄때도, 아이들 모두의 말에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고 무조건 맞는다고 하신다. 정말 마구 지은 이름에도 천재라고, 손뼉을 치며 좋아하신다. 온통 남이 붙인 이름만 있는 세상에 내가 붙인 세상을 만들어가는 순간이었다.

고구마를 심을 때도 너무 재미있다. "고구마 줄기를 눕힐까요?" 하니 "그래. 고구마가 편하겠다야!" 하시고, "세울까요?" 물으면 "응. 반듯한 고구마로 자라겠네."하신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는 판단을 선생님 마음대로 하지 않는다.

냉난방 때문에 문을 열어둔 친구에게 벨튀 벌칙을 주기로 결정이 나고 담임선생님마저 그 벌칙을 수행하게 되었을 때는 정말 나도 모르게 폭소를 하고 말았다. 정말 유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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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교실에서 생활하며 자라는 아이들은 얼마나 존중받는 느낌을 받을까. 아이들 모두를 하나하나 응원하는 선생님. 이런 아이들은 행복을 느끼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깨달아간다. 응원을 받고 관심을 받은 아이들은 그 힘으로 일어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힘을 내 자랄 수 있는 것이다. 그 어느 가르침보다 중요한 배움을 실천하는 배추샘네 교실과 아이들이 너무나 훌륭해보였다. 그 성장의 순간을 책으로 마주할 수 있어 참 행복했다. 이 세상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아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직접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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