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당신들
이주옥 지음 / 수필과비평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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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수필의 잔잔함이 참 좋아진다.
요즘은 '에세이'라는 말이 좀 더 익숙하지만,
책 표지에서 '이주옥 수필집'이라는 글을 보고는
한참 동안 수필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머물렀다.

수필은 말 그대로 삶의 이야기이다.
내가 경험하고 살아온 일상의 생각과 느낌을 담는다.
그래서 더욱 깊이 독자의 마음속에 다가가는 글이다.
수필은 화려하고 기술적인 어휘가 없어도 참 아름답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커피 한 잔과 수필 한 편은
내게 폭신한 안정감과 촉촉한 감성을 선물해 준다.
그렇게 나는 오늘 참 소중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극적이고 굵직한 이야기 없이 소소하게 써 내려간
이주옥 작가의 삶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 부모님의
살아오신 이야기를 두런두런 마주 보며 듣는듯했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을 수 있을까.
그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묵묵히 견디고 진하게 감내해온
작가 자신과 삶,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살며 겪는 수많은 일 속에서 작가는 인생을 이야기했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길.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삶의 길.
어디로 향하는지 아무도 모르고 걷는 이 발걸음 속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는 일상.
그 안에서 느껴온 솔직한 감정을 글로 풀어낸 작가의 글은
하나하나 소중하고 의미가 가득한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어여쁘고 아름다운 글 뒤에서 작가의 마음을 한껏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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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뭉근하게 똬리 틀고 있다 분출된 열기는 머잖아 절대온도에 닿으리라. 어쩌면 그 온도의 끝엔 담금질 돼서 말갛게 정제된 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P.33)

🔖눈물은 이렇게 세월의 통로를 타고 세상과 사람을 향해 따뜻한 향수로 흘러나온다. (P.38))

🔖사람과의 관계에 쫀득한 탄력은 무작정 얼렸다 녹였다 해서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밍밍할지라도 기본 체온으로 엮여가는 일상이 가장 평화롭고 안전할 터, 그러니 얼음 찬 시간을 건너서 돌아온 사람에게 다시 온기를 찾아가는 시간은 불안한 해빙기일 수밖에 없으리라. (P.53)

🔖당신이란, 한없이 정중하고 다정하기도 하지만 또 한없이 천박해지기도 한 다소 요망한 단어일까. 당신은 곱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때론 가장 가깝기도 하고 가장 멀기도 하다. (P.74)

🔖삶은 어쩌면 이처럼 춥지 않으면 더울 뿐인지 모른다. 다만 그 삶을 꾸리는 과정에서 필요한 만큼 더하고 덜어내는 것일 뿐, 각자의 몫으로 정해진 삶의 모습과 내용을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조절하면서 뭉근하게 갈무리하며 살아내는 것이리라. (P.80)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이렇게 조금씩 세월의 더께를 마음의 화장으로 덮어가며 남은 생, 자연스럽게 나이 들며 사는 거야" (P.109)

🔖식성이나 취향이 같을 수는 없고 또한 내 생각을 강요하며 냄새마저 꾸역꾸역 아이 삶 속으로 들이밀 수는 없지만, 삶이란 원치 않는 냄새 몇 개쯤 껴안는 것일지도 모른다. (중략) 내 아이는 지금 하루하루 어떤 냄새를 모으며 제 생을 엮어가고 있을까. (P.142)

🔖길은 다 통한다는 말은 진리가 아닌, 잘못 들어선 실수를 위로하는 말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이렇게 순간의 오판과 오독으로 예기치 않은 길을 달리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면서 그러다 제 길을 찾아 다시 달리는 것이리라. (P.189)

🔖소설 한 권, 시집 한 권에는 한 작가의 인생과 감성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 작가의 영혼과 의식과 시대가 버무려져서 독자의 가슴은 널따란 사유의 바다로 출렁이고 향긋한 감성의 바람 냄새나는 숲이 된다. 아마 그것을 건네고 연결하는 곳이 서점일 것이다. 그 안에서 죽어있던 작가 다시 숨을 쉬고 독자는 지성과 감성의 샘물에서 목을 축이는 것이 아닐까. (P.260)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직접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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