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우주 반올림 51
오시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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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죽었다.
그런데 난 뭘하고 있지?
난 아빠를 안고 있다.
아니 이건 아빠가 아니다. (P.5)

우주와 별을 사랑했던 아빠가 거짓말처럼 죽었다. 우주를 너무 사랑해서 아이 이름마저 우주인으로 지었던 아빠가 방파제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아빠와 오직 둘뿐이던 주인이는 이제 세상에 홀로 남은 듯했다. 주인이에게 세상은 광활하고 공허한 우주 그 자체였다. 마지막 인사조차 건네지 못한 주인이는 아빠를 보낼 수 없었다. 상자에 갇혀있는 아빠가 답답할 것 같았다. 왜 세상은 그대로인데 아빠만 세상에서 쏙 빠져버린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주인이는 아빠만 이 섬에 혼자 둘 수 없어서 기철이네 집에서 머물겠다고 했다. 그리곤 기철이와 함께 간 자갈밭에서 주인이는 웬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소개한다.

🏷 "왜 울어요?"
"네가 이러고 있는 이유와 같다. 가끔은 슬퍼해도 돼. 그래도 괜찮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중략) 아무도 내게 이렇게 말해주지 않았다. (P.77)

🏷 소중한 것들이 빨리 사라지고 정리되는 게 참을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천천히는 안 되나?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기다려 줄 수는 없나? 모두 내게서 소중한 것들을 빼앗으려 안달이 난 것 같다. (P.94)



아빠와의 이별도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던 주인이는 이제 겨우 마음을 나눈 아저씨와도 이별하고 싶지 않았다. 또다시 다가온 이별이 너무 아파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 이동장치인 파르도를 숨기고 만다. 마치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처럼 영영 아저씨마저 사라져 버릴까 봐..

🏷 지금은 그를 보낼 수 없다. 아니 보내기 싫었다. (P.103)

🏷 그는 선녀처럼 하늘로 돌아가고 싶은 거다. 날개옷만 입으면 당장에라도 갈 수 있는 하늘로 말이다.(중략) '조금만 더 있어요.' (P.104)



그러나 일은 꼬였다. 유형사는 아저씨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었다. 주인이는 아저씨를 하늘로 돌려보내기로 마음먹고 작전을 생각해낸다. 그리고 기철이는 주인이를 돕기 위해 자신의 배를 기꺼이 사용하기로 한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았던 배의 이름을 그대로 딴 그 배, 배를 타는 일만은 죽어도 안된다던 엄마 말을 어겨가며 만든 그 배, 소중한 은하호를 말이다.

🏷 "니도 괜찮아질 기다. 아주 괜찮지는 않겠지만..." (P.161)

🏷 "뿌사지지만 마라, 뿌사지지만 마라, 뿌사지지만 마라." 그건 마치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한 주문처럼 들렸다. 그렇게 우리는 바다로 나갔다. (P.196)



주인은 조금씩 깨달아갔다. 보내야 하는 사람은 잘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외계인 아저씨는 어쩌면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에 준비 없이 힘들어할 주인이를 위해 아빠가 우주에서 보내준 선물이 아니었을까?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주인이는 조금씩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은 잊어버리고 극복해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 깊이 소중하게 담아두는 것이란 것을 깨닫고 있었다.

🏷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를 껴안았다. 나는 아빠가 떠날 때 안아주지 못했다. 그가 가만히 내 등을 안았다. 목구멍이 뻣뻣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간신히, 정말 간신히 말을 했다. 아빠에게는 미처 하지 못한 말이었다. "잘 가요" (P.207)

🏷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우주로 간다던 아빠 말이 떠올랐다. (P.223)



'안녕, 나의 우주'라는 제목은 아빠가 아들 '우주인'에게 전하는 작별의 인사일 수도 있고, 우주로 갔을 아빠에게 전하는 아들의 안부 인사 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별을 잘 받아들인 주인이가 새롭게 만나게 될 세상을 향한 시작의 인사일 수도 있다. '나'를 둘러싼 '나의 우주'는 또다시 시작될 테니까.

외계인이라는 설정의 SF 소설이지만 허황된 느낌이 아니었다. 어쩐지 우리 주변에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마음 깊은 울림을 전해준 <안녕, 나의 우주>를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직접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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