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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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윌라에게는 인생을 통틀어 중요한 순간 몇 번이 찾아온다. 1967년, 초등학생인 윌라는 동생 일레인과 부모님과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무슨 일이 생기면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는 엄마와, 엄마의 표현을 빌려  '성인군자 멜빈' 인 아빠가 크게 싸우면 그 평화가 깨지곤 했다. 1967년의 그날, 화가 난 엄마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이 위기 상황에 초등학생인 윌라는 바쁜 아빠 대신 동생을 돌보며 대처해야만 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며칠 뒤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왔다.

🌿 "불같이 화를 내는 순간이 지나고 나면 늘 이런 식이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엄마, 다짜고짜 혼자 집을 나가버렸다는 사실은 중요하지도 않고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마치 아무 일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P.44)

1977년에는 데릭에게 이른 청혼을 받고 고민하는 대학생 월라의 마음이 그려진다. 부모님께 인사를 가는 데릭과 월라, 당연히 하던 공부를 마저 하고 싶은 21살의 윌라와, 너무 사랑해서 빨리 결혼하려는 데릭. 윌라는 부모님께 향하는 길에서 자신의 미래와 데릭에 대해 수많은 마음의 변화를 겪고 생각과 결정을 굳힌다.

🌿 "차근차근 얘기할 게 뭐가 있어요? 난 데릭이랑 결혼할 거고 그걸로 이 얘긴 끝이에요." (P.89)

그로부터 20년 뒤 1997년, 윌라는 데릭과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고 살고 있다. 이상하게 운전하는 운전자들만 보면, 참지 못하는 데릭. 1997년의 그날, 데릭은 보복운전을 하다 사고로 죽고 만다. 월라의 나이 마흔셋이었다. 아들 둘과 홀로 남겨진 윌라는 좀처럼 남편의 죽음에서 벗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다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인 아버지의 경험을 듣고는 점차 일상적인 슬픔에 익숙해졌다. 그렇게 새로운 삶을 향해 또 나아갔다.

🌿 난 하루를 각각의 개별적인 순간들로 쪼개기 시작했단다." 아빠가 말했다. "앞으로 더 이상 기대할 건 아무것도 없었거든. 그래도 한 편으로는 여전히 내가 감사히 여길 수 있는 순간들이 존재했지." (P.108)

2017년 여름, 윌라는 볼티모어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칼리는 이웃인 드니즈가 총에 맞아 다쳤고, 딸 셰릴과 강아지 에어플레인을 돌보고 있지만 더 못하겟하니 와달라는 전화였다. 드니즈는 윌라의 아들 션이 전에 같이 살던 여자였고, 아이는 션의 아이가 아니므로 윌라는 아무 관계가 없는데 말이다.

생판 모르는 남인 드니즈와 셰릴. 며느리도 손녀도 아닌 그녀들을 위해 먼 길을 날아가줄 의무는 없었다. 그런데 윌라의 마음은 끌렸다. 이미 60대가 된 그녀에게 요즘 인생에 이렇다 할만한 낙이 없었고, 재혼한 남편 피터도 바빠서였을까.

🌿 "내 입장도 좀 생각해 주면 안 돼요? 난 쓸모없는 사람이 된 거 같아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 이 사람들은 내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 칼리와 셰릴과 에어플레인이 유리창에 코를 바짝 대고 내가 오기만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요!" (P.132)

🌿 윌라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또 다른 감정이 행복이라는 걸 깨달았다. (P.143)

🌿 "당신, 엄마 노릇하던 시절이 그리워서 이러는 거 아냐? 나도 그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이렇게 한번 생각해 봐. 당신한테는 내가 있어." (P.232)

윌리는 볼티모어에서 행복했다. 여유있고 행복한 피터와의 노년보다 그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요청이 더 행복했다.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갔다. 그러다 어쩐지 자신이 너무 깊숙이 볼티모어의 삶에 들어왔다고 느낀 그녀. 그렇게 윌라는 남편이 있는 애리조나에 도착해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방향을 바꿔 다시 탑승권 판매 창구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새로운 인생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런저런 상상도 해본다.

🌿 지금까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걸 시도해 볼 수도 있다. 가능성에는 한계가 없는 법이니까. (P.355)

그녀는 수많은 결정을 했다. 지금 윌라의 결정과 시작은 또 다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우연히 향한 볼티모어지만, 윌라는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고, 위로받을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 다시 한번 새로운 삶을 향해 또 나아간다. 또 다른 시작이다.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몰입되었다. 나라면 어떻게 결정했을까 상상도 했다. 뭔지 모를 울컥함이 솟는 책이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직접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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