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이 -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모드 쥘리앵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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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도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심지어 자신의 자녀를 자신의 신념으로 가두고 초월적인 존재로 기르겠다는 망상으로, 세상과 분리하고 아이를 비인간적인 수단으로 학대하고 성적 유린의 대상으로 여기는 자에게 자녀를 밀어 넣을 권리는 그 어느 부모에게도 절대로 없다. 절대로 없다.

프랑스의 작가 모드 쥘리앵은 이 책의 작가이자 이 글의 주인공이다. 믿을 수 없지만, 절대로 있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영화같은 일은, 실제로 20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현실에서는 일어나진 않을 것 같은, 영화로 만들어졌어도 너무나 극단적인 묘사가 아닌가의 공방이 벌어졌을 법한 일임에도,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이야기이다.

'아버지'라 할 수도 없는 존재. 그 가둔 자, 루이 디디에는 프리메이슨 비교의 진리와 신비주의 기독교인 카타리파의 교리 그리고 니체의 초인 사상을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믿음 혹은 망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자신은 영적 존재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후손을 초인으로 기르겠다고 결심하고 모든 계획을 시작한다.

자신의 후계자를 낳아줄 여자로, 재력을 이용하여 가난한 광부의 여섯 살짜리 막내딸 자닌을 데려와 자신의 초인 자녀를 길러줄 교사로서 대학까지 공부를 시킨다. 그리곤 자신이 지정한 날, 자닌은 모드를 낳는다. 환갑을 앞둔 아버지, 20대 후반의 어머니, 그리고 갓 태어난 딸 이렇게 이루어진 모드의 가족은 그렇게 전기가 통하는 철책으로 둘러쌓여진 집 안에서 외부와의 소통을 끊고 살아가게 된다.

학대했다. 아버지는 히틀러였고, 어린 모드는 나치 수용소의 유대인 같았다. 아버지는 지키기도 어려울 만큼 통제되는 일과표로 모드를 통제했고, 끝도 없이 쏟아지는 정확하지도 않은 공부라는 이름의 정보를 아이의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가혹한 훈련 아니 훈련이 아닌 정말 학대 그 자체였다. 아이의 선택, 아이의 의지는 전혀 상관없는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자신이 정한 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더욱더 큰 학대로 돌아오는, 두려움을 무기로 한 엄청난 폭력이 자행되고 있었다.

엄마 자닌은 마치 스톡홀름증후군이 생각날 정도로 더욱더 충격적인 존재였다. 그녀 역시 여릴 때부터 디디에에게 지배당하고, 심지어 그 학대자의 아이를 낳았은 것임에도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싫어하면서도 모드에게 향하는 디디에의 엄격한 칼날을 막아주기는커녕 돕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하실에서 분명 마주한 레몽의 성적 유린의 현장을 외면하고 가버리던 어머니는 더 이상 모드에게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그녀 역시 인생을 송두리째 디디에에게 빼앗겼기에, (모드의 표현을 빌려) '식인 귀의 첫 희생자'였던 그녀의 어머니는 모드의 동지가 되기엔 이미 그 자체로 또 다른 '모드'일뿐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첫 먹잇감이었지만, 보호자이기도 한 루이 디디에에게 끝내 맞설 용기를 내지 못했다.

모드는 탈출했다. 집으로부터의 탈출, 아버지로부터의 탈출을 넘어섰다. 삶을 가두던 모든 것으로부터 탈출했다. 그리고 그 탈출은 단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옷장 밑 벽돌공간에 비밀창고를 만들기 위해 레몽의 열쇠로 조금씩 긁어나갔던 그것처럼, 조금씩 나아갔다. 수많은 시도와 노력들로 인해 다가온 인생의 작은 인연들은 시도와 노력에 의한 응답에 가깝다. 그리고 그 노력은 통했다. 결국 그녀는 자유를 꿈꿀 수 있었고 반항을 할 수 있었고 결국 지옥으로부터, 수용소로부터 탈출했다.

세상으로 나온 그녀는 그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게 고통은 끝이 난 줄 알았다. 그러던 그녀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 한 번 더 고통에 시달린다. 범불안장애 증상이 드러났고,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잘못된 교육의 결과가 자꾸만 그녀를 옥죄었다. 공황발작이 일어났고 신체적인 후유증까지 밀려왔다. 결국 그녀는 기나긴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심리치료학을 전공해 심리치료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니 참 다행이다.

모드의 단단한 내면과 용기에 감사하며, 세상의 절대 권력에 맞설 용기가 필요한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직접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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