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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숲에서 살고 있습니다 -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1미터 육아
곽진영 지음 / 더블유미디어(Wmedia) / 2020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우리는숲에서살고있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1미터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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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느 육아서보다, 에세이보다 큰 공감의 끄덕임을 여러번 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셋이라서, 친정아빠에게 살갑지 못한 딸이라서, 남편을 따라 이사를 다니다 시골사택에서 살아봐서, 그곳에서만 겪었던 도시와다른 삶이 와닿아서도 그렇구요. 세아이를 키우며 지쳐 울던 세월이 비슷해서, 셋째가 선물처럼 와준 복덩이라서, 남편분과 같은 한국사 덕후라서, 아이들과 박물관과 유적지 다니는것을 좋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요. 혹은 좋아하는 가수나 노래가, 되고싶던 학창시절의 꿈이 비슷해서 일수도 있구요.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공감했던 포인트는 뒤늦게나마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실천해서 살아가는 삶을 선택했다는 거예요. <요리와 책>이라는, 바로 내가 진정으로 행복한 순간을 깨달았고, 나의 소중한 순간을 존중해 주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금이 참 많이 행복하다는 것이 가장 공감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도 참 소극적으로 살아온 삶이었어요. 하고싶은 것은 많았는데 그걸 꿈으로 삼겠다는 자신감이 없었어요.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던 소녀였어요. 그저 어쩌다 보니 전산을 전공했고, 어쩌다보니 회사도 다녔구요. 그나마 주체적인 한걸음을 내딛었던 것은,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나와 다시 대학에 들어갔다는 거였어요. 공부를 하고 싶었거든요. 제인생에서 가장 처음으로 주체적인 결정을 했던 순간이었죠. 아동학을 공부하는 동안 저는 너무 행복했거든요. 남들이 보기에 멋진 것, 잘하는 일이 아닌 남들이 보기에는 무모하나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했던 첫 경험이었어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대학을 또 졸업하며 결혼을 했고, 아이셋을 3년간격으로 퐁당퐁당 낳아 기르며 제 삶은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 것 같았어요. 뭘 할래도 뭘좀 배우고 싶어도 항상 저는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막내가 5살이 되기전까지 저는 운전도 할 줄 모르는 뚜벅이었어요. 무엇보다 아이들과 보내는 하루하루 일상에 지쳐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할 마음의 여유를 가질수가 없었어요.
세 아이를 기르며, 남편이 회식이라도 하는 날엔, 고작 7살이던 큰아이는 멀찌감치 혼자재우고, 고작 4살인 아들에겐 늘 등만 보인채 막내를 젖먹여 재우는게 너무 슬펐어요. 육체적인 부분이 아닌 나머지 두아이를 안아주고 바라보며 잘수 없는 것이 그렇게 아프더라구요. 작가님도 그렇게나 이야기하신 그놈의 모유수유. 착한엄마콤플렉스인가요. 정말 아이셋을 각각 꼬박 1년념게 모유수유를 해야겠다는 무한책임감에 더욱더 나머지 큰아이들을 못안아줬던 것이 지금도 가장 큰 미안함과 한으로 다가온답니다. 혹시 누군가 아픈날엔, 막내를 양반다리위에 올리고 허리는 잔뜩 숙인 채 양손으로 큰애 둘째를 토닥여 재우며 엉엉 울던 날들이 지금도 또렷하게 떠오르니까요.
책에서는 부모와 아이에게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희생이라는 이름의 사랑이 아닌,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되어야 하기에 아이와 나사이에도 적당한 거리 , 즉 #1미터육아 를 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기대하지 말고 내가 바라는 마음을 아이에게 바라지 말라는 거죠. 엄마가 아이에게서 거리두기를 실천하면 아이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자라게 된다는 겁니다. 스스로 발을 딛고 서게 되는겁니다. 엄마 역시 자신을 찾고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에 드디어 가족들은 스스로 서로를 향한 희생이 아닌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가 성장하는,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를 이루게 되지요.
꼭 숲이 아니어도 됩니다. 꼭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되구요. 숲에서 배우고 행복한 작가님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무언가를 찾아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면 됩니다. 돈보다, 남들의 눈보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육아를 선택하는 길이야 말로, 진정 행복한 육아가 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