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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의 왕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평점 :
재미있는 그림의 만화를 오래 그리셨고,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며
그림책 그림들을 많이 그리신 강경수작가님의 처음 동시집 입니다.
그림작업을 많이 하신분이라서 그런지, 글로 표현될수 없는 부분이
그림으로 충분히 설명되기도 하고, 반대가 되기도 합니다.
하나만 있었다면 충분하지 못했을 표현이 짝궁처럼 맞아 들어가
더욱 풍성하고 꽉찬 의미를 주는 하나의 동시로 표현됩니다.
동시의 내용이나 소재도 처음쓰신 동시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마음을 콕콕! 어른들의 마음도 콕콕! 하시네요.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들이 가득가득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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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지만, 아이들의 일기같은, 다이빙을 하다 잠깐 딴 생각을
했는지 수영장 바닥을 뚫고 들어가 지구반대편에서 튀어올라
삼바춤을 추면서 돌아온 적이 있다는 철수이야기.
동시 '다이빙의 왕' 은 뽐내기 좋아하는 아들녀석 마음 같구요.
집에가는길에 곰이 내 주머니속 사탕을 달라고 할까봐
수영장에서 악어가 이빨을 닦아달라고 할까봐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보아뱀으로 할까봐
만약에 만약에... 하며 걱정하는 동시 '만약에'는
걱정이 하도 많아 걱정인 막내딸 마음을 닮아있네요.
이가 썩어서 구멍이 났는데, 지우개로 때우면 안되냐고,
감기에 걸려 콧물이나는데, 병마개로 꽉 막으면 안되냐고
병원에 가기싫어 외치는 동시 '꼭 병원에 가야 하나요?'는
어쩐지 제 어린시절을 닮아 있기도 한듯 재미있었구요.
축축하고 어두운 밤 모든것이 암흑 속에 있을 때
동굴 깊숙한 곳 코딱지가 많아지면 나타나는 코딱지 박사는
기가 막힌 솜씨로 코가 막힌 이들의 코를 뻥 뚫어주었답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코딱지는 꼼짝 않았는데,
으라차차! 뽑고나니 코딱지는 한마리가 아니라
자그마치 열여섯 쌍둥이였다네요. - 동시 '코딱지박사'🤣
그림으로 표현해 주신 짧은 동시도 참 좋았습니다.
너무 세게 안지는 말라는 동시 '위로해 줄게' 는 치약을 끌어안는
아이와 치약의 표정에 마음이 뭉클해졌답니다.
앞으로 동물들을 사랑해 달라며, 호랑이의 활동영역은
오십 제곱킬로미터 이상이라고 말하는데, 동시 '동물원' 속
꽉 막힌 우리안에 갇힌 호랑이의 표정은 너무나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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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하고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동시도 많았습니다.
제 마음을 녹인 동시 하나 소개해 보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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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는 - 강경수
엄마, 언제 나는
엄마처럼 예뻐져요?
우리 딸
엄마가 예뻐?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예뻐요
난 우리 딸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데
그런데 시간이 가면
우리 딸은 나처럼 될 수 있지만
엄마는 시간이 지나도 다시는
우리 예쁜 딸처럼 될 수는 없는 게
엄마는 슬프네
걱정마요, 엄마
내가 항상 곁에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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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낳아 늘 학부모모임에 가면 제가 큰언니쯤 되곤 하는
우리 막둥이딸이 너무나 생각나는 그런 동시예요. 😆
아직도 자기눈엔 우리 엄마가 최고로 예쁘다고 해주길래
엄마는 흰머리가 성성하다고 엄마 늙어서 어쩌지? 하면
자기 눈엔 엄마가 제일 예쁘다고 엄마 빨리 늙지 말라고
자기가 많이 도와주겠다고 절 꼭 껴안고 토닥토닥 해주는 딸.
그런 우리 딸이 자라면 자랄수록 저는 나이들어 가겠지요?
하지만, 제가 우리딸처럼 예뻐질 순 없어도 나이들어가도
제가 막내 곁에 있고, 막둥이가 제 곁에 있어줄수 있기를..
오래오래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재미있고도 뭉클한, ' 그림마저 시가 되는 ' 훌륭한 동시집
#다이빙의왕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