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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고 내일 생각할게요
박영준 지음 / 부크럼 / 2020년 5월
평점 :
제가 요근래 말이에요. 삶을 좀 천천히 아둥바둥 하지 않고, 너무 완벽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원래 제가 저를 #게으른완벽주의자 라고 부르거든요. 절대 부지런하지 못하고 바쁘게 움직일 에너지가 없는, 에너지가 적은 사람이면서, 왜 이리 욕심은 나고 완벽해 지고 싶어지는지, 늘 과한 욕심을 지닌 채 하루를 사는 편이거든요.
왜이리 다 잘하고 싶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고, 잘했다는 칭찬을 들어야 제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 나 사진을 소중히 여기자! 나는 존재만으로 소중하다! 나를 사랑하자!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 라고 정말 생각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그게 쉽지 않더라구요.
결국은 있는 에너지 없는 에너지 모두를 긁어모아 모든 걸 하느라 지쳐쓰러지기 전까지 모든 일을 해 놓고 나서야, 아! 나는 왜이리 아둥바둥 완벽하려고 애를 쓰는 걸까. 무엇하려고 지금 이것을 하고 있지? 하며 회의감이 밀려들고, 그제서야 나의 바보같음을, 부질없는 욕심을 후회하며 내려놓게 되는 건 대체 왜 일까요?
그리곤 다시 욕심이 생기고 다시 지치고나서야 후회하고, 제 생활은 정말 이 두가지의 반복이라고 할 정도로 무기력과 열정사이를, 냉탕과 온탕 사이를 늘 오가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러다 만난 이 책. 제가 아까워서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읽었다면, 이해하시려나요? 술술 읽어지는 책인데도 다 읽어 내기가 싫었어요. 한 주제 한주제 읽을 때마다 위로받는 느낌이어서 이 위로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느낌으로 읽었다고 할까요?
에세이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책을 손에 넣은 후 오늘까지 정말 야금야금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고 되새김질 하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에 위로를 받아 따뜻해진 마음으로 잠들고 했던 것 같아요. 한줄 한줄 모두 마음에 새겼답니다. 제가 요즘 읽은 책 중 단연코 가장 위로가 되어준 책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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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산을, 혹은 보이지도 않는 산을 걱정하며 갈 것이 아니라 지금 오르고 있는 산의 풍경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것. (중략) 너무나 먼 미래에 답답해하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걱정하며 늘 걱정과 불안을 달고 지내는 것보다는 그 때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누리자.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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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 마찬가지 입니다. 가보지는 못했고 멀리서만 바라보니 너무 높아 보이고 두려운 것입니다. 막상 가보면 앞에 놓여있는 길을 따라 걸어가면 될 뿐이고 그렇게 될 것입니다.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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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기차를 타면 빠르게 도착할 수 있지만, 느린 기차를 타면 멋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말처럼 무엇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점에도 천천히 가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성취감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조금은 느릴지라도 나를 단단하게 만들며 말입니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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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든, 없든 있던 것을 하며 조금씩 경험의 폭을 늘려가면서 살아가면 된다. 굳이 꿈을 가져야 한다는 틀에 갇혀있기 보다는 그렇게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자신과 맞는 것을 하면 될 뿐이다.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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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희망을 품되 너무 그것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희망은 희망사항일 뿐이고 기대감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일 뿐임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원하던 무언가를 얻지 못한 것이지, 잃은 것이 아니고 기대하던 행복을 얻지 못한 것뿐이지, 불행에 빠진 것이 아니니까.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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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불행도, 기쁨도, 슬픔도 피하지 말고 마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익숙해지면 불안에 떠느라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도 못하고 떠나보내는 일도, 불행에 빠져 어쩔 줄 모르며 허덕이는 일도 조금은 줄어들 테니까.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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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본연의 색이 무엇이었는지 정도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하고싶을 뿐이다. '나는 무얼 좋아하고 무얼 싫어하고 어떤 사람이다.' 라는 근본을 잃지 않아야 그것을 한 줄기의 등댓불 삼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니까.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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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낮은 기준을 누군가는 현실에 안주한다며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나의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은 그 '누군가'가 아니라 '나'자신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P.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