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지 말아요, 브라질이니까 - 브라질로부터 받은 초대
안소은 지음 / 두사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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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이라고 하면 아 지구반대편의 나라? 라는 생각부터 든다. 그리고 브라질에 대한 느낌은 우리나라로부터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멀고 낯설다. 브라질하면 떠오르는 것이 따봉,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 삼바, 축구, 이구아수 폭포 정도 뿐이니 말이다. 그만큼 여행지로서의 브라질의 이야기는 많이 혹은 자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브라질은 조금은 낯선 동네이다.

작가본인도 브라질로부터 갑작스런(?) 초대를 받았다. 남편의 해외근무 결정으로 그저 여행이 아니라 2년이라는 선물같은 시간동안 브라질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꿈인 동화작가가 떠올랐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본인의 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여행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놀랍기도 작가 본인의 꿈을 실현하는 것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책 #놀라지말아요브라질이니까 는 그래서인지 단순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하듯 생활한 시간과 생활하며 여행한 시간의 기록들이 뺴곡히 그리고 정성스레 적혀있는 브라질의 삶의 기록 그자체 이다. 브라질 백과 같기도 하고, 잠시 스쳐지난 곳에서는 느낄수 없는 브라질에 대한 솔직하고 알찬 기록들이 참 많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 나는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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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브라질에 와서 아이처럼 모든 것을 다시 배웠다. 글을 읽는 것부터 말하는 법 그리고 사람들과 볼을 맞대며 인사하는 방법까지. 물을 주문할때는 항상 탄산수인지 그냥 생수인지 정확히 구분하여 주문하는 법부터 안전상의 이유로 아파트 현관문을 수위 아저씨가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까지. 마치 다시 태어난듯 모든 것이 새로웠다. 실수해도 사람들은 내가 외국인이라 당연하다는 듯 넘어갔다. 나에게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연거푸 물어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손짓과 함께 천천히 다시 말해준다.(중략) 그간 나는 지나치게 움츠러 들어 있었던 것이 아닐까? 누가 혼내는 것도 아닌데 무언가를 잘해내지 못할까 봐 무서웠고, 모험을 유독 두려워했다. (중략) 고장났던 마음속 한쪽 바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P.31)

과일의 천국, 브라질이다. 길거리에는 주인 없는 망고나무와 아보카도 나무가 가득하다. 과일이 익어 떨어질 즈음이면 사람들은 봉투를 들고 망고 나무가 많은 곳들을 찾아다니고, 길에서 잔뜩 주워 집으로 가져간다.(P.62)

어쩔 수 없었지만 미세스 강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곳에서의 삶을 떠올리니 마음이 답답했다. 내 시간만 홀로 멈춘것 같았다. 참다못해 이야기를 꺼냈다. (중략) 남편은 의존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에게 의지한다는 마음으로 지내자며 다독여줘다. 서로 속마음을 터놓고 보니 나 또한 그의 부인으로 사는 삶을 그리고 미세스 강이라는 이름을 막연히 두려워 한 것이 미안해졌다. 내 삶을 놓지 말라는 남편이 고마웠다.(중략) 누군가의 가족이 되었지만 내 이름을 잃지 않겠다는 나의 의지에 남편의 응원이 더해지자 나는 미세스 강이라는 이름을 즐기며 내삶을 살 수 있었다. (P.90~91)

날씨에 따라, 몸의 컨디션에 따라, 혹은 동행하는 사람에 따라 도시는 수만 가지의 얼굴을 보여줬다. 누구는 이를 보고 3대 미항의 도시답게 눈물겹도록 아름답다고 했고, 어떤 이는 그저 흔한 바닷가 도시 중 하나라고 했다.(P.117)

남편이 격한 액티비티를 무서워하고 싫어한다는 사실을 나는 이 때 제대로 깨달았다.(중략) 이럴줄 알았으면 남편 소원대로 편안하게 보트나 탈걸 너무 내가 하고싶은 것만을 고집했구나 싶어 미안했다. (중략)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여행을 그리고 또 서로 맞춰가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P.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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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었던 것 같다. 작가의 꿈이 성장한 삶의 기록이었다. 또한 부부사이 서로를 더 알아가고 맞춰가는 부부의 성장기 이기도 했다. 또 브라질 곳곳을 꼼꼼히 다닌 그녀만의 노하우가 담긴 브라질여행 백과같기도 했다. 생생한 사진들과 그녀의 느낌이 가득담긴 문장들 속에서 나도 모르게 브라질에 다녀온듯 생생하고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브라질에 관한 모든 것이 생생한 이 책이 주는 여행의 두근거림이 참 좋았고, 어쩐지 브라질이 조금은 가까운 나라처럼 느껴져 마음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할까? '모르는 나라'였지만 이제는 '궁금한 나라' 브라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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