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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절로 나는 아빠의 육아
이용준 지음 / 따스한이야기 / 2020년 4월
평점 :
요즘 아빠들은 우리의 아빠세대와는 좀 다르다. 일을 열심히해서 나라를 위하고 가정을 위하는 것이 사나이 태어난 소명이라고 여겼던 우라 아빠세대들은 자식들에게 정서적인 유대감을 가질 시간조차 없었다. 나의 아빠도 전쟁통에 태어나서 줄줄이 달린 삼촌들과 나의 엄마, 조부모님, 증조할머니까지 모시고 사는 집안의 유일한 돈줄 이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식구가 먹고 살았고, 나라또도 못살던 시절이라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최고였기에 너무도 바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최선이었다.
그러나 요즘 아빠들은 확실히 여유 시간도 더 생겼고, 가정에서 아빠의 육아의 비중이 아이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지에 대해 굳이 책을 보지 않아도 온갖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에서 충분히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잘들 알고있다. 그래서 전문가처럼은 교과서처럼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의 아버지 보다는 내아이에게 잘해야지 라는 마음이라도 있는 아빠들이 많다. 그래서 최소한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을 하는 아빠들이 참 많이 늘어난것 같다. 내남편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저자도 비슷한 이시대의 아빠다. 물론 육아 전문가는 아니고, 완벽하고 교과서적인 아빠는 아니지만 늘 좋은 아빠가 되려 노력하는 아빠이다. 두아이를 키우는 현실육아를 겪으며 ' 좋은 육아란 거창한 것이 아니고, 그저 아이와 함께하고 있는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다.' 라는 육아진리를 벌써 깨달아버린 이시대의 아빠이다.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인 아빠가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느낀 생각과 경험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엮어낸 이야기들이 책에 가득하다. '나의 자녀'를 양육하는 일에서 중요한 것은 비고츠키 유아교육이론과 에마 제너의 육아법보다도 내가 얼마나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진심이 통하는가이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 조금 더 관심을 두고 들여다 보고 아이와 대화하고 교감하며 충실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것이 그어느 육아이론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 작가의 이 생각에 백배 공감하는 바이다.
어찌보면 분명 이책은 그저 하나하나 소소한 에피소드이다. 재미난 농담과 유머가 섞인 아빠의 육아일기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서 세아이를 키우는 나도 읽으며 어떨땐 끄덕끄덕 공감이 가기도 하고, 나도 이랬는데 하며 웃음이 지어지기도 한다. 또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며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아빠의 노력이 눈에 보여 뿌듯하기도 하다. 얇지 않은 책임에도 정말 술술 읽어내려 간 것 같다. 어찌보면 일기같고, 어찌보면 자서전 같고, 유머백과 같기도 한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져서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에는 거창한 이론따위는 없다. 이렇게 하는것이 진정한 아빠육아다! 라는 정의도 없고, 밑줄을 치고 형광펜을 그어 요약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읽고나면 머릿속이 쨍 해진다. 그래 육아 별거아니야 나도 남편도 잘하고 있는거야! 라며 뭔지모르게 뿌듯하고 평화로와진다. 나 너무 현실적인 육아를 하나? 내가 육아를 잘하고 있는게 맞는걸까 라는 고민을 던져본 사람에게 확신을 안겨줄 것이다.
나는 대학때 아동학을 전공하고 공부했지만, 그것은 이론일 뿐이었다. 아동학과 때 교수님중에 놀이이론과 유아교육개론을 가르치시는 학과장 교수님이 계셨다. 이 교수님은 늘 학생들이 꾸벅꾸벅 졸때면 자신의 두아이들 육아 에피소드를 그당시 2~30년전에 그때그때 적어두셨다는 낡은 쪽지를 들고와 읽어주시곤 하셨는데, 하나같이 우리가 배우는 이론과는 어긋나는 일들이었다. 이론적으로 배운 것은 일반적이고 교사에게 가르치는 이론일뿐 내아이육아는 전혀 다르다하시며 나는 다 아는데 내아이는 내맘대로 되지않더라는 큰가르침을 주셨었다. 이렇게 다알아도 다적용은 불가능 한것이 바로 육아인 것이다. 그래서 육아에 정답은 없다. 최선을 다할뿐이다.
저마다 우리는 내 아이에게 최고의 엄마아빠가 되고 싶다. 그래서 늘 최선을 다한다. 그거면 된 것이 아닐까. 이론적, 일반적, 보편적으로 정해져있는 공식이 아닌 오롯이 한 아이의 엄마아빠 만이 할 수 있는, 내아이에게만 꼭 맞는 안성맞춤의 스페셜 맞춤 육아 우리가 지금 그것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의 소신과 철학으로 이루어낸 가장 훌륭한 육아이론이며, 가장 최선이자 최고의 육아일 것이다.